2일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 인근에 줄지어 선 중개업소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7월 18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쓴 뒤로 거래가 끊겼다. 이 주택형의 ‘로열동·로열층’ 매물은 현재 호가가 21억원까지 올랐다. 단지 인근 한 중개업소 대표는 “3개월 전부터 집을 내놓은 집주인은 매수자들이 관심을 두지만 가격을 부담스러워한다고 해도 절대 안 내린다”며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매물이 많아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거래절벽’이 나타난 것은 아파트값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 등록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3만9467건으로, 한 달 전(4만155건)보다 688건 줄었다. 지난 5월 초(4만8152건)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강북뿐 아니라 강남의 중개업소에서도 매물이 없거나 호가가 너무 비싸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집주인으로선 높은 양도세율을 적용받으면서 굳이 이 시점에 집을 매도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X공인 대표는 “양도세 중과 문제로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은 6월 전에 정리를 끝냈다”며 “앞으로 재건축이 마무리돼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해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아현동 M공인 대표도 “마포는 강남으로 ‘갈아타기’ 위해 매도하려는 사례가 꽤 있다”며 “강남 집값이 오르는 폭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자로선 급등한 가격과 대출 규제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도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아파트 구입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담보인정비율(LTV)이 20%로 제한된다.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금리 인상도 향후 매수 심리 위축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가 불가능해 한동안 거래가 뜸했던 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돼 매수와 동시에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9㎡는 지난달 40억원에 손바뀜했다. 5월(35억원)보다 한번에 5억원 상승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도 지난달 37억1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주인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만한 유인책이 적어서다. 1주택자는 취득세 등 각종 거래비용과 강화한 대출 규제 등을 고려하면 기존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주하기 어렵다.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로 발이 묶여 증여 또는 전·월세 인상 등의 우회로를 찾고 있다. 여기에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이 장기간 멈추다시피 해 단기간에 양질의 새 아파트를 공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거래량은 줄어들지만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매물 유도를 위해선 양도세 완화 등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이혜인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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