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분양가 기준 '완화'…공급 숨통 트이나

입력 2021-09-02 17:19   수정 2021-09-03 02:12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국 조정대상지역 아파트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손질한다. 지난 2월 내놓은 개선안이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지방 공급난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커지자 반년 만에 개편에 나서는 것이다. 지방 구도심 재개발사업 등의 분양가가 올라가 하반기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년 만에 또 손질
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HUG와 국토교통부는 이달 고분양가 심사제도 재개선안을 내놓기로 하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내놓은 개선안에 대해 업계에서 제기한 건의 사항을 반영해 불합리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재개선안에는 지난 2월 새롭게 도입된 ‘상한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당시 개선안에 따르면 사업지 반경 1㎞ 내 최근 분양한 ‘분양 사업장(A)’과 준공 10년 이내 ‘준공 사업장(B)’ 두 곳을 비교해 높은 금액으로 분양가를 정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인근 500m 이내에 있는 ‘준공 20년 미만 아파트(C)’ 매매가와 비교해 분양가가 C아파트 시세의 90%(투기과열지구 85%)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상한선 역할을 하는 C가 사실상 독소 조항이라고 반발한다. 민간 분양 단지와 신축이 많은 지역 분양가는 상승하는 반면 구축 아파트가 밀집한 구도심이나 외곽 지역 분양가는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어서다. 지방 곳곳에서 제도 개선 전보다 분양가가 오히려 낮아지는 사업장이 쏟아졌다.

정부는 현재 준공 20년 미만으로 제시된 C기준을 10년가량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5년까지 낮추고 동일 행정구역 기준과 거리기준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준공 연한을 낮추면 인근에 상한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아파트가 없을 수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새 아파트 분양가를 정하면서 지은 지 10~20년 된 곳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비교 단지를 찾기 어려울 경우 시도 내 평균 가격 등을 준용하는 식으로 합리적인 상한선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또 심사 평점 세부기준을 공개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민간 통계인 국민은행 지표를 활용해 주택가격변동률을 책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HUG는 A나 B에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한 주택가격변동률을 곱해 시세 상승분을 반영해 주기로 했는데, 정부 통계 자체가 신뢰가 떨어진다는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방 공급 숨통 트이나 ‘기대’
정부가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만큼 멈춰 있던 지방 구도심 분양이 재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총 4043가구에 달해 지방 최대어로 꼽히는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대전 서구 탄방동1구역(1974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장은 당초 상반기 분양을 예정했지만 HUG와의 분양가 이견으로 시기를 미루다 후분양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부산 우동1구역·대연4구역·남천2-3구역·명륜2구역·괴정5구역·범천1-1구역과 인천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상반기 분양을 예정했다 미룬 곳은 총 3만300여 가구에 달한다.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애초 HUG는 분양가를 정해주는 기관이 아닌 분양보증기관이지만 독점적 구조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시장을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상황에 떠밀려 그때그때 제도를 개편하다 보니 ‘주먹구구’ ‘깜깜이’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개선안 역시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시세 반영을 제대로 못해 공급난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지만 결국 논란만 더 키웠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교 사업장이나 시세 반영률 등을 납득하지 못해 문의해도 HUG 내부기준에 따른 것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식”이라며 “심사 세부기준을 모두 공개해 조합을 납득시키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지 않는 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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