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물건 값이 뜀박질하고 있다. 농축수산물만이 아니다. 공산품, 서비스 가격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경제가 회복되자 인플레이션(전반적 물가상승)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일부 품목에선 정부가 수급관리를 제대로 못해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계란과 전·월세가 대표적이다. 금융계에선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연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8% 올랐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 및 일시적 충격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것으로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살필 수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1% 안팎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상승률은 2017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제품군별로는 공업제품 가격이 3.2% 상승하며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비스 가격도 1.7% 올라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올해 2월 16.2%까지 올랐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점차 둔화돼 지난달 7.8%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원재료비 상승이 외식 물가에 반영되며 개인서비스 가격이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 대비에 대한 언급을 시작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것도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 넷째주 배럴당 73.0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8월 넷째주 69.1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1150원에서 1170원으로 오르며 유가 인하 효과를 상쇄해 석유류 가격은 오히려 전월 대비 1.7% 상승했다. 전년 대비로는 경유가 23.5%, 휘발유가 20.8% 올랐다.
주택 임대 시장 불안도 물가에 영향을 줬다. 전·월세 등 주택 임대료는 1.6% 상승해 201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특히 0.9% 오른 월세는 2014년 7월 이후 7년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식비와 관련해서는 가공식품이 2.3%, 외식물가는 2.8% 올랐으며 보험서비스료는 9.6%, 공동주택관리비는 5.3% 상승했다.
9월에도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폭이 지속되면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장 큰 배경은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이 꼽히고 있지만, 애초 한은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물가다.
한은은 내부적으로도 물가가 본격적인 오름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근원물가는 물론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 관리물가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지표의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10~11월 금리인상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은 지난주 수도권 집값이 0.31% 상승하며 사상 최대폭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증권사 20곳 가운데 16곳이 추가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추가 인상 시점에 대해 3곳은 10월, 13곳은 11월을 예상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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