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조2566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지분율 하락 속도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 외국인이 빠져나가면서 지난달 20일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장중 118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말 그동안의 우려가 하나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으로 대변되는 긴축 정책은 별개라고 선을 그으면서 시장은 안도했다. 치솟던 달러지수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외국인 투자자의 1조2000억원 규모 순매수의 절반은 MSCI 리밸런싱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 나머지 절반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매수세 유입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중 내수 비중이 높은 인도 증시는 고공행진하는 반면 정보기술(IT) 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증시에서는 돈이 빠져나가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증시가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지표가 회복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중국의 8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급락하는 등 국내 수출 경기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지표가 둔화하는 국면”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완화적인 재정정책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1조달러 규모 인프라 법안이 이달 말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시장 관심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넘어가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고 있지만, 내년에는 클라우드 사업자의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올해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었던 파운드리 공급난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황이 조기에 반등할 가능성도 충분히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파운드리 가격을 15~20% 인상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반도체 대표주’ 삼성전자의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내년에는 분기 평균 1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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