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구설수 디섐보에…매킬로이 "주변의 말, 흘려들어라"

입력 2021-09-02 17:33   수정 2021-09-02 23:48

“나는 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당신도 이렇게 생각하도록 스스로 훈련한다면 상황이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잇단 구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사진)에게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가 건넨 조언이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매킬로이는 2일(한국시간) “디섐보의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디섐보는 지난달 30일 BMW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패트릭 캔틀레이(29·미국)와 연장 6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거뒀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에게 “잘했어, 브룩시”라고 외친 팬에게 “꺼져”라고 받아쳤다. 브룩시는 디섐보의 앙숙인 브룩스 켑카(31·미국)를 가리키는 말로, 디섐보를 조롱하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를 계기로 PGA 투어는 지난 1일 경기장에서 선수를 비하하는 행동을 하는 갤러리는 퇴장시키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디섐보는 강한 개성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괴짜 골퍼’로 자리잡았다. BMW챔피언십 최종일에는 퍼트를 앞두고 경쟁자 캔틀레이에게 “가만히 있어 달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전에는 공개석상에서 자신이 후원받는 장비를 깎아내려 후원사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매킬로이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디섐보의 과거 행동이 지금 상황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 그가 한 점의 과오도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당하거나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으며 디섐보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디섐보와 우승컵을 두고 접전을 펼쳤던 캔틀레이 또한 “안타깝다”며 디섐보를 두둔했다. 디섐보가 관심을 유도하려다 부작용을 겪은 면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SNS와 ‘플레이어 임팩트 프로그램(PIP)’에서 파생된 문제일 수 있다”며 “관심을 끌려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유형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PIP는 페덱스컵 랭킹, 구글 인기 검색, 브랜드 노출, 소셜 미디어 참여 등을 점수화해 상위 10명에게 4000만달러(약 463억원)의 상금을 주는 제도다. 1위는 800만달러(약 92억원)를 받지만 PGA 투어는 수상자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매킬로이와 캔틀레이는 골프 팬들에게 더 성숙한 관람 문화를 당부했다. 매킬로이는 “일부 팬의 행동은 선을 넘은 것 같다. 골프는 선수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매너를 적용한다. 팬들 역시 그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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