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급성 녹내장’은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과 함께 눈과 머리 통증도 찾아온다. 두통이 심해지면 메스꺼움, 구토 등이 동반되고 눈 흰자위에 핏줄이 터져 심한 충혈이 나타난다. 생후 6개월 이내 어린아이에게도 나타나는 ‘선천성 녹내장’은 눈물이 자주 나거나 눈부심 등의 증상으로 알 수 있다. 각막이 혼탁해지거나 동공이 다른 아이에 비해 심하게 크다면 선천성 녹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이 밖에 백내장, 포도막염, 당뇨성 망막증 등 눈에 다른 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녹내장이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녹내장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주변부부터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하다가 병이 어느 정도 진행돼 시야가 많이 좁아졌을 때 알아채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급성 녹내장은 두통, 안통으로 병을 알아챌 수도 있지만, 병이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 녹내장은 말기에 가서야 진단받는 사례도 있다.
안구의 형태를 유지해주는 수분인 ‘방수’가 과다 생성되거나 제때 배출되지 않아도 녹내장이 발병한다. 특히 잠자기 전에 불을 끄고 스마트폰, TV 화면 등을 보면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의 섬모체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전방각(각막 뒤쪽과 홍채 앞쪽이 이루는 각)이 눌려서 안압이 상승한다. 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갑자기 안압이 올라가면 시신경에 압박이 가해져 급격한 손상을 유발하고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병할 수 있다”며 “통증을 참고 방치하면 며칠 내에 실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인의 경우 우울증을 겪으면 녹내장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녹내장 연구팀이 2009~2014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만 66세 노인 92만여 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녹내장 발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집단의 녹내장 발병률이 비우울군보다 12% 높았다. 우울증으로 향신경성 인자가 감소하면서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자율신경계가 부조화를 일으키고, 망막신경절세포가 손상된다는 것이다.
녹내장을 진단받았으면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압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약물 점안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하루에 최소 1회 이상 약물을 점안해 안압을 낮춘다. 안약만으로 녹내장 진행을 막을 수 없다면 레이저 치료를 한다. 레이저를 통해 안구의 구조를 바꿔 안압을 하강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레이저 수술 후 통증이나 이물감이 있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안압이 상승할 수도 있다.
병 진행 속도가 빠르다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섬유주 절제술, 방수 유출 장치(밸브) 삽입술 등은 안구에 차 있는 방수가 안구 외벽을 타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안압을 낮춘다. 최근에는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MIGS)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술법도 개발됐다.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가벼운 조깅, 걷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은 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수영할 때 얼굴보다 작은 수경을 착용하면 오히려 안압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복부에 압력을 가하는 운동, 물구나무서기 등도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어 가급적 피해야 한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 섭취량(400㎎)을 넘지 않는 게 좋다. 하루 한두 잔의 아메리카노는 괜찮지만, 그 이상은 안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을 잘 때 엎드려서 눈을 누르고 자거나 한쪽으로 누우면 눈의 안압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한쪽 눈이 아니라 양쪽 눈에 녹내장이 있다면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운 자세가 가장 좋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는 “녹내장 환자분들이 무심코 하는 생활습관이나 행동이 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생활습관을 점검해보고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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