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수위(4단계)로 끌어올릴 때만 해도 이런 초고강도 조치가 두 달이나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짧고 굵게 끝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도 이런 믿음에 한몫했다. 하지만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2.5배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곧 끝날 것이라던 초고강도 조치는 2주마다 연장됐다. 그때마다 자영업자의 속은 타들어갔고,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은 치솟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방역당국이 3일 내놓은 사적 모임 인원 확대 조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자영업자와 국민들의 숨통을 틔워줄 조치를 더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1차 57.7%, 완료 32.7%)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것도 이번 조치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오는 6일부터 시행되는 새 거리두기의 핵심은 △현행 단계 4주 연장 △식당·카페 이용 인원 확대 △식당·카페 운영시간 연장 등이다.
정부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점을 감안해 현행 거리두기 단계는 유지하되 식당·카페 방역수칙을 대거 풀어주는 대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점심, 저녁을 막론하고 6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점심 때는 접종완료자 2명, 저녁 때는 4명이 포함돼야 한다. 미접종자와 1차 접종자끼리 만날 경우 지금과 똑같이 점심 4명, 저녁 2명까지만 가능하다.
비수도권은 점심, 저녁을 막론하고 8명 모임이 가능하다. 이 중 4명은 접종 완료자여야 한다. 현재 32.7%인 접종완료자 비율이 이달 말 47.0%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모임은 활성화될 전망이다.
예비 신혼부부들의 반발에 결혼식 참석인원도 두 배(49명→99명) 늘려주기로 했다. 밥을 안 먹는 조건이다. 취식할 경우 지금처럼 49명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그럼에도 가능한 한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KTX의 창가 쪽 좌석만 판매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전 국민에게 추석 연휴 기간 무료 영상통화를 지원하는 등 ‘랜선 귀향’을 장려하기로 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방문할 수 있다. 사전 예약한 사람만 가능하다.
3단계 지역 중 ‘백신 인센티브’를 무제한으로 줬던 충북, 충남, 전북, 대구, 경북, 경남, 강원 등 7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다른 3단계 지역과 똑같이 최대 8명으로 묶은 것도 정책의 통일성과 풍선효과를 막는 데 필요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위드(with) 코로나’로 가기 위한 예행연습으로 평가한다. 만남을 무작정 틀어막았던 기존 정책과 결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전 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70%가 넘는 10월부터 위드 코로나 전환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런 만큼 9월 한 달 동안 완화된 방역시스템으로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본 뒤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전환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확진자 수는 이달 5~20일 2000~2300여 명까지 늘어났다가 감소할 것”이라며 “9월 한 달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10월부터는 일상생활과 조화되는 쪽으로 방역체계 재편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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