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경선 룰을 두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대선주자가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5일 ‘공정선거 서약식 및 후보 간담회’에 불참하자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전격 사의를 밝혀 파장이 일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만류로 정 위원장이 사의를 철회하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한창인 가운데 국민의힘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서약식에 참석해 “경선 서막을 알리는 공정선거 서약식에 빠진 자리가 있는 것 같아 당 대표로서 유감”이라며 “당의 공식행사에 불참하는 행위는 매우 우려스럽고,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 위원장도 “선관위가 사심 없이 정한 룰을 따르지 않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경선 룰 변경 시 수혜가 예상되는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 지도부, 그리고 어려운 일을 맡은 정 위원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약식에 불참한 의원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당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한 경선준비위원회의 원안을 즉각 확정하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공정경선 서약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일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역선택 방지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역선택 방지조항 불포함’과 ‘중재안’이 6 대 6 동수로 팽팽한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재투표를 선언하자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헌·당규상 선관위 전체회의 투표 결과 ‘가부 동수’이면 부결이라며 이는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정식 표결이 아니다”고 밝혔지만, 홍 의원 등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역선택 방지조항이 도입되면 경선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일부 후보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선관위원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의 표명은 후보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정 위원장은 사의를 철회했다. 하지만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등이 정 위원장을 불신하고 있어 경선 내내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정 위원장은 서약식에서 “선관위원장을 맡고 첫 일성이 처음도 공정, 나중도 공정이었다”며 “아름다운 선거를 위해서 후보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 위원장에게 더 큰 성원과 신뢰를 보낸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국민의힘 선관위는 1차 컷오프 투표 비율을 ‘국민 여론조사 100%’에서 ‘당원 투표 20%, 국민여론조사 80%’로 조정하고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본경선 투표는 ‘당원 50%+여론조사 50%’ 비율을 유지하되 여론조사에서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기로 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놓고 찬반 양쪽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절충안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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