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레이텀앤왓킨스 대표변호사(사진)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IFC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국 기업이 점점 더 ‘다국적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생산뿐 아니라 정보기술(IT) 교환, 자금 조달 등에서 ‘더 나은 경우의 수’를 찾기 위해 외국법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미국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로 불린다. 이 변호사는 1989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 총재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1998년 미국 밴더빌트로스쿨로 유학을 가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업금융부에서 일했다. 이후 영국계 로펌 클리퍼드찬스에 입사해 홍콩사무소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공·사모 자금조달 거래 업무를 맡았다.
이 변호사가 지난달 서울사무소 대표로 합류한 레이텀앤왓킨스는 세계 최대 로펌으로 꼽힌다. 미국, 영국, 중국, 스페인, 일본, 두바이 등 세계 14개국에서 3000명 넘는 변호사가 근무 중이다. 이 변호사는 “2015~2020년 이뤄진 미국 내 상장의 20%에 대해 레이텀이 자문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에어비앤비 상장도 레이텀이 맡았다. 레이텀 서울사무소의 이력도 화려하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미국 음반사 이타카홀딩스 인수전 자문에도 응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에선 LG 측을 대리해 힘을 보탰다.
‘국내 기업 활동에 어떤 변화가 감지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미국 상장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쿠팡의 성공 사례가 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촉매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레이텀 서울사무소는 지난 3월 이뤄진 국내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의 미국 상장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업무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인력 충원에도 나섰다. 레이텀 서울사무소에 상주하는 변호사는 6명. 이 변호사는 “1~2명을 추가로 채용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외국계 로펌들의 무덤이 됐다’는 말도 있지만 이는 일부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라며 “한국에 투자하려는 해외 클라이언트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등 한국은 여전히 잠재력을 지닌 역동적인 시장”이라고 부연했다.
글=안효주 기자/사진=김범준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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