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부동산 투자 이야기를 풀어내 현실 속 ‘부동산 아포칼립스’를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인의 안목을 과신하고 부동산에 ‘묻지마 투자’를 하다 거액의 손해를 본 50대 김 부장,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지만 ‘욜로족’ 남자친구 때문에 속앓이하는 20대 권 사원, 훌쩍 뛴 전세 시세에 ‘월세 난민’이 된 30대 정 대리 등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신나는 ‘직장인 성공기’ 대신 부동산과 같은 경제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이유가 뭘까? 최근 책 출판을 마친 송 작가를 만났다. 그는 “소설 속 인물들은 실제로 제 주변 사람 중에서 투자에 실패한 이들을 모티브로 삼았다”며 “이들이 보다 현명하게 자신을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설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주변 사람들의 부동산 ‘갭 투자’ ‘영끌 투자’ 이야기, 집을 살 기회를 놓쳐 ‘벼락거지’가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이 직장인들에게 큰 공감을 얻은 이유도 이런 현실을 잘 반영했기 때문이다.
송 작가 스스로도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경제신문 등으로 부동산·투자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만큼 평소 경제 공부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2016년 이후 부동산 급등기가 시작되면서 관심은 더 깊어졌다. 그는 “예전에는 직장인들이 부동산 투자에 이렇게나 매달리진 않았다”며 “철저한 조사 없이 투자하다 잘못된 선택을 한 안타까운 일도 주변에서 곧잘 보게 됐다”고 했다.
부동산 ‘대박’을 거둔 사람만이 과연 승리자일까. 송 작가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타인의 조언은 듣지도 않고 상가에 투자했다가 손해만 본 소설 속 ‘김 부장’처럼, 현실을 살아가는 직장인에겐 대박을 좇기보다 진심 어린 조언·투자 상식을 경청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송 작가는 “부동산 투자는 소재일 뿐”이라며 “현실 속 김 부장, 정 대리들에게 열린 귀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선 ‘송 작가’지만 직장에선 ‘송 과장’이다.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해 마감하는 ‘아침 연재’를 택했다. 이 덕분에 출근길 직장인들의 눈길도 끌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작가는 “출근 시간까지 고려하면 매일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야 해 좀 피곤했지만 연재가 무척 즐거워 곧 잊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송 작가는 ‘김 부장 이야기’ 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도 연재할 예정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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