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각광받던 제약사가 조정받은 이유는 세 가지다. 복제할 블록버스터 약품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됐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둘째는 카피된 중국산 약품끼리 과당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 셋째는 생각보다 시장 침투가 빨라 볼륨 성장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품을 빠르게 복제해 출시하는 ‘패스트카피’ 전략이 한계를 맞았다는 평가다. 5년 전만 해도 글로벌 톱10 베스트셀러 약품 중 중국 시장에 출시조차 되지 않은 약이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거의 모든 약이 중국 시장에 출시됐다.
중국 제약사의 복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야오밍바이오와 같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이 같은 카피 전략을 도왔다. 이제는 중국에서 카피한 ‘PD-1’ 관련 의약품이 미국으로 역수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전략이 유효하려면 미국이나 유럽 선진 제약사가 블록버스터 약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하지만, 지난 5년간 나온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코로나19 백신 이외에는 없다. 카피캣 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중국산 약품끼리의 과당 경쟁은 특히 PD-1 의약품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머크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과점하는 선진 시장과 달리 중국에서는 자국산 PD-1 4종이 이미 출시됐다. 출시 초기 가격에서 매년 50% 이상의 가격 인하를 거쳐 지금은 선진 시장 대비 10분의 1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작년까지는 약가 인하가 판매량과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는 가격이 작년 대비 50% 떨어졌는데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약사는 어디일까. 중국의 제약업은 복제를 넘어 이제는 다음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직접 경쟁이다. 이것은 일본 사례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1980년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내수 성장이 막힌 일본 제약사는 글로벌 신약을 출시한 회사만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같은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데 20년이 걸렸다. 중국 제약사는 이보다 이른 시일에 혁신을 이룩하기를 기대해본다.
우건 JK캐피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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