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에게 눈을 뺀 얼굴을 다 가리는 니캅을 착용하게 했다고 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더 힌두, NDTV 등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교육당국은 전날 여학생들의 니캅 착용과 옷 위에 두르는 긴 천 아바야를 착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규정은 2001년 탈레반이 정권에서 축출된 이후 급증한 사립 대학들에 6일부터 적용된다.
아프간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아바야를 두르고 니캅으로 얼굴 대부분을 덮어야한다. 수업은 성별로 분리해 진행하고 최소한 커튼으로 구분돼야 한다.
또 탈레반 교육당국은 여학생들이 여성 교원에게만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노인' 남성 교원으로 대체된다.
교육당국은 "대학은 시설을 기준으로 여교사를 모집해야 한다"며 "만약 여교사 고용이 불가능하다면 행동 기록이 좋은 남성 노인 교사를 고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탈레반은 남녀학생의 철저한 분리도 추구한다. 탈레반은 수업도 성별로 구분해 진행하도록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커튼을 쳐 남·여학생을 구분하도록 했다.
또 여학생들은 여성 교원에게서만 수업을 받도록 하고, 여성 교원 확보가 어려우면 교단에 섰던 경력이 있는 '노인' 남성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여학생들은 수업 후 남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 교실에 머물러야 하며,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명령했다.
이 같은 법령은 탈레반의 아프간 첫 통치가 끝난 2001년 이후 급증한 사립 대학들에 적용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교수는 "탈레반이 발표한 내용은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계획"이라며 "우리는 충분한 여성 교원이나 교실 공간을 갖고 있지 않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이어 "다만 여성들이 학교나 대학에 가도록 허용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 교육 당국의 니캅 착용 등 명령을 아프간 여성들이 그대로 따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 상당수의 아프간 여성이 교육과 일할 기회를 누리고, 자유로운 복장을 할 수 있었던 만큼 20년 전과는 분명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헤라트시에서 여성 50여명이 거리로 나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여성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했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 등 여러 지역에서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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