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는 반납했다. 그래도 김연경(33)이 써내려가는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연경은 "선수 생활을 끝내는 날까지 지금의 기량, 최고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연경이 나이가 들었는데도 잘하네'라고 하실 수 있도록 관리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6일 화상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날 인터뷰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언론과 처음 만난 자리다. 그는 지난달 12일 오한남 배구협회장을 만나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캡틴'으로서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국민들에게 매 대회 감동을 주었기에 배구계 안팎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김연경은 "올림픽 끝나고 지금까지도 '고생하셨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올림픽이 정말 큰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의 든든한 기둥이다. 도쿄 올림픽 당시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며 동료들을 북돋우던 모습은 큰 울림을 낳았다. "저 스스로도 지금까지 후회하는 경기들이 많아요. 끝나고 나서 '후회없이 했다'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상기시켰지요."
지난 올림픽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역시 한일전이다. 그는 "12-14로 지고 있다가 역전승을 이뤄낸 순간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0-3으로 지면서 끝내 메달은 따지 못하고 국가대표를 끝냈다. 그는 "국가대표 은퇴시점을 언제로 잡을지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겨울과 봄에 배구시즌, 여름과 가을에 대표팀 시즌을 보내며 1년 내내 톱니바퀴처럼 돌았습니다. 부상도 조금씩 생겼고 점점 버거움이 생겼어요.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끝내고 국가대표를 은퇴하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김연경은 중국 상하이 유베스트에서 뛰게 된다. 그는 "국내 잔류와 유럽 진출 등을 고민하다가 중국 시즌이 두달 정도로 짧다는 사실에 중국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국 시즌 이후 행보는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그는 "미국에 배구 리그가 생겼다. 미국 대표팀의 조던 라슨에게 연락이 와서 미국에서 뛸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고 전하며 "유럽도 몇 개 구단에서 얘기가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식빵언니'라는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별명처럼 최근 파리바게뜨와 SPC 삼립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드디어 식빵 광고를 찍었다. 제 얼굴이 그려진 빵을 사랑해달라. 안에 스티커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 이후'라는 큰 도전을 마주하게 됐다. 그는 "4년이라는 장기 플랜을 세워서 육성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앞에 놓인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큰 대회 등을 바라보면 계획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에도 많이 출연하지만 저는 '배구인'입니다. 앞으로도 뒤에서 열심히 대표팀을 도울 생각입니다. 여자 배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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