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난달 26일의 기준금리 인상은 그 의미가 크다. 재정정책과 함께 거시경제정책 양대 축인 통화정책이 위기 대응을 넘어 정상화 단계로 바뀐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아서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와 달리, 금융시장 분석가들이 다음 금리 인상 시점 예측에 분주하고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 소식을 듣는 가계와 기업의 걱정이 커지는 것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신호가 그만큼 강렬함을 시사한다.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빠르게 올라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지금이 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기에 적절한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것처럼 현재의 경제 상황과 전망에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넉넉하지만은 않을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가계와 기업들로서는 다양한 정보를 수용해 금리 경로에 대한 각자의 예측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통화정책이 목표하는 1차 안정 대상인 경기와 물가 상황을 살펴보자. 최근 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가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형성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후퇴 가능성에 더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경기 격차가 여전히 크다. 물가 상승률이 높은 것도 금리 인상 요인이지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와 함께 공급 애로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공급 측 요인으로 물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경기나 물가 상황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는 통화정책의 2차 목표인 금융안정 여부를 봐야 한다. 이번에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와 주택가격의 전국적 상승을 거론했는데, 최근 주택가격을 보면 금리 인상을 통해서라도 자산시장의 거품을 해소하고자 하는 한은의 의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향후 금리를 예측하려면 금융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가계대출 규모와 주택가격을 실현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항상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가계대출 문제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지만 금리 인상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거시적 통화정책인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과 더불어 기업대출도 억제하기 때문에 미시적 금융정책이 가계대출 문제 해결에 더 적합하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공급한 통화가 자산가격을 급등시키는 부작용을 두고 보기 어렵지만, 주택 공급 문제가 야기한 주택가격 불안을 기준금리를 높여서 완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조치들을 강화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모습이지만 재정정책과의 조합에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히 작년부터의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가 유동성 효과를 강화해 자산가격 급등을 초래한 측면이 있으므로, 재정당국이 지출 축소를 추진함으로써 유동성 조정을 위한 부담을 한은과 나눌 필요도 있다. 결국 이런 정책 조합 여부에 따라 금리가 급등할 걱정도 달라지는 것이다.
다양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자산거품 우려에 미리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자산시장에 전달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은에만 자산시장 안정 부담을 지워서 기준금리를 올리도록 하는 것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 나아가 한은도 주택 공급 확대와 재정지출 축소 등 금융안정에 기여하는 정책들에 대한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통화정책의 금융안정 역할에 너무 큰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정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전히 낮은 금리라도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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