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폰 사용자가 출근길 버스 안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음란물을 전송받았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사의 전자제품끼리 데이터를 공유하는 에어드롭(AirDrop) 기능 때문이었다.
20대 여성 A 씨는 지난달 경기도 김포시에서 고촌역 방면으로 운행하는 버스 안에서 본인의 아이폰으로 전송된 사진 한 장을 확인했다. 사진에는 알몸의 여성과 남성이 성관계를 나누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A 씨는 7일 한경닷컴에 "에어드롭으로 전송받은 사진을 확인한 순간 일차적으로 든 생각은 '뒤에 앉은 누군가 이걸 보면 어떡하나'였다"라며 "사진의 수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당황스러운 감정이 앞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스에 10명 정도 되는 사람이 타 있었는데 여성은 저 한 명뿐이었다"라며 "같은 공간에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나를 특정해 이런 사진을 보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에어드롭은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사의 전자제품끼리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능이다. 반경 9m 내의 애플 단말기 중 원하는 상대를 골라 사진과 동영상 등을 전송할 수 있다. 아이폰 설정에서 '일반'을 선택하고 '에어드롭'을 누른 뒤 '모든 사람'이 아닌 '연락처' 옵션을 선택해야 오직 휴대전화 주소록에 있는 상대에게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6년 가량 아이폰을 사용했다는 A 씨는 이번 일을 겪은 뒤에야 주소록에 있는 상대에게만 에어드롭을 받도록 휴대전화 설정을 변경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이폰을 꽤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도 처음이고, 주변으로부터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더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에서도 아이폰의 에어드롭 기능을 활용해 비슷한 사건이 여러 차례 벌어졌지만, 용의자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에어드롭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한 발신자 정보는 발신자 측이 입력한 닉네임 뿐이어서 누가 보냈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A 씨의 경우 자신의 본명을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던 탓에 누구나 손쉽게 여성임을 파악할 수 있어 범죄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문가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에어드롭 기능을 사용자 스스로 차단해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는 게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조언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경우 용의자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SNS상에서 익명으로 벌어지는 악플 범죄와 비슷하게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처벌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정을 변경할 시 주소록에 등록된 상대와만 에어드랍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충분한 설명이 애플사로부터 이뤄졌는지 여부를 따져 집단소송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이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사용자 스스로 에어드롭 기능을 차단해 범죄 예방에 나서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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