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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2018년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라는 민관 합동 대통령 자문기구를 설치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사프라 카츠 오라클 CEO 등 거물급 재계 리더들이 참여하고 있다. NSCAI는 올 3월 ‘비(非)국방 AI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15억달러에서 2026년 320억달러까지 늘리자’ ‘국가 AI 연구소를 세 배 확대하자’ 등 공격적인 제언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에 얼마나 큰 위기를 느끼고 있는지, 기술 패권 유지를 위해 얼마나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정부가 7일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통신 3사 등 대표급 인사와 함께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를 꾸린 배경에도 ‘위기감’이 깔려 있다. 미국 중국 등 초강대국의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AI는 경제·안보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범용기술”이라며 “한국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등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관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원 열세를 극복하려면 개별 기업 단위를 넘어선 초협력, 똑똑한 전략,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는 전략대화에서 △AI 반도체, 클라우드 등 활용 방안 △민관 합동 우수 인재 양성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 등 서비스 활성화 같은 AI 관련 전 분야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대화는 6개월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열 예정이다.
미국 오픈AI사가 작년 6월 1750억 개 파라미터로 구성된 ‘GPT-3’를 공개해 기술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올 들어선 구글(1조6000억 개), 중국 베이징 지위안 인공지능연구원(1조7500억 개) 등이 GPT-3보다 파라미터 수를 10배 가까이 늘린 초거대 AI를 선보였다.
한국도 네이버, LG, KT, SK텔레콤 등이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기업 단독으로 초거대 AI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초거대 AI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략대화 참석자들은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 어려움을 타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정부는 초거대 AI를 모든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한다. 새로운 초거대 AI 후보군 발굴을 위한 R&D 사업도 신규 추진할 계획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관이 힘을 모아 한국 AI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제도 개선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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