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지난 4월 신설한 ‘유니콘 특례 상장’의 첫 사례가 나올 전망이다. 주인공은 코스닥시장 상장에 재도전하는 신약개발사 보로노이다. 보로노이의 코스닥 입성이 성공하면 그동안 시가총액 규모가 크지만 기술평가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제약바이오 기업의 후속 도전 사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최근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2019년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했으나 기술평가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시면서 상장이 무산됐다.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두 곳에서 각각 A,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초 거래소가 유니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 기회가 왔다. 거래소가 지난 4월 새로 마련한 시장평가 우수기업의 특례 상장 요건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평가기관 한 곳에서만 A 이상을 받으면 상장이 가능하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은 이 절차도 생략된다. 거래소 외부전문가회의 검증을 통과하면 된다. 그동안 6개월 이상 소요됐던 기술평가 절차가 간소화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보로노이는 올초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당시 7000억원대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상장 시 기업가치 1조원대를 목표로 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설립 후 DS자산운용, DS앤파트너스, 나이스F&I 등으로부터 약 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보로노이는 지난 6월 기술보증기금이 실시한 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상장 요건을 충족했다. 최근 기술수출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연내 상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10월 미국 제약사 오릭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기술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6억2100만달러(약 7200억원)였다. 지난 6일에는 미국 브리켈 바이오테크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관련 물질을 수출했다. 계약금 1300만달러를 포함해 총계약 규모는 3억2000만달러(약 3700억원)다.
업계 관계자는 “보로노이 상장은 기술특례제도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기술특례로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적자가 커지고 있어 기술력을 심도 있게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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