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미식가를 위한 짧은 안내서
곡식이 무르익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기분까지 풍요롭다. 식당 주인들의 마음도 한 달 내내 명절과 같아, 9월처럼 미식여행 떠나기에 좋은 달이 없다. 미식여행 떠나기 좋은 5개 지역의 식당들을 소개한다. 자료협조 각 지자체
◆ 제천(堤川) - ‘제천 가스트로 투어’ 체험하기
제천으로 미식여행을 떠났다면 ‘제천 가스트로 투어’를 참고하자. 2시간 동안 도심의 약선거리와 전통시장을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도심형 미식여행 프로그램이다.
A코스 (1인 1만9500원) 대파불고기→찹쌀떡→하얀민들레비빔밥→샌드위치→빨간오뎅
B코스 (1만9500원) 스페셜티커피→막국수 불고기→승검초단자&한방차→빨간오뎅
▶마당갈비- 약초 '하얀민들레밥' 맛볼 수 있어
한우갈빗살, 돼지갈비찜, 생삼겹살, 묵은지전골, 갈비탕 등 전통적인 갈빗집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마당갈비’를 찾은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먹고 가는 메뉴는 바로 하얀민들레밥이다. 하얀민들레는 간과 위를 튼튼히 하고 열을 내리며, 이뇨작용을 돕는 대표적인 토종 약초다. 이곳은 제천시 백운면에 자리한 농장에서 하얀민들레를 키워 고구마, 콩, 은행, 대추, 표고버섯 등과 함께 지은 귀하고 영양 가득한 솥밥을 내놓는다.
▶대장금식당- 외국인도 좋아하는 전통식당
소불고기, 오삼불고기, 훈제오리, 닭볶음탕, 삼겹살, 동태찌개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음식을 즐길 수 있는 ‘대장금식당’은 외국인 지인과 함께 들러도 부족함 없는 전통 식당이다.
특히 황기 네 뿌리와 계피, 파, 무, 양파를 넣어 5시간 정도 끓이는 육수에 갖은 양념을 더해 만드는 소불고기는 국적 불문, 나이 불문 두루 좋아할 맛이다. 여기에 항암효과와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인 청국장까지 시켜서 먹으면 구수하고 감칠맛 있는 한국 밥상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상동막국수 - 국내 최고 품질의 메밀로 만들어
강원도와 닿아 있는 제천에 자리한 ‘상동막국수’는 국내 최고 품질의 메밀을 생산하는 봉평의 메밀특산단지영농조합에서 가져온 메밀로 막국수를 만든다. 맛은 5대 장손 며느리인 사장이 조부모와 시부모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비법을 전수해 완성했다. 메밀은 동맥경화, 고혈압, 녹내장,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좋은 건강한 식재료로, 메밀로 만든 면은 소화도 훨씬 잘되고 맛이 담백하다. 여기에 여러 약초와 과일, 채소를 우려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시원한 맛을 내는 육수와 양념을 더해 더욱 건강하고 맛있다. 막국수 6000원
▶덩실분식 - 50년 전통 수제 찹쌀떡집
일견 허름해 보이는 분식집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오후 2시만 돼도 모두 팔려 구하기 어렵다는 찹쌀떡을 사기 위해서다. ‘덩실분식’은 매일 새벽 4시 반부터 찹쌀떡을 빚고 도넛을 튀기는 제천의 유명 맛집이다. 팥소는 빨간색이 나는 적두와 회색빛이 도는 거두를 함께 사용해 4~5시간을 삶아 만들기 때문에 더 부드럽고 고소하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옛 방식을 고수하는 재료 본연의 정직한 맛으로 50년 전통 수제 찹쌀떡집으로 사랑받는 중이다. 덩실찹쌀떡 1000원, 덩실팥도넛 1000원, 덩실링도넛 1000원
▶제천빨간오뎅- 감칠맛 나는 매운맛
보기만 해도 맵고 칼칼한 ‘빨간오뎅’은 단연 제천의 명물이다. 감칠맛 나는 매콤한 고추장 양념을 바른 어묵을 자작한 양념 국물에 끓여 매운맛이 스며든 빨간오뎅은 얼얼한 혀를 달래며 계속 먹게 되는 중독성 강한 음식이다. 빨간오뎅 3개 1000원
◆ 전주(全州)
▶돌솥밥 - 곱돌로 만들어 윤기가 일품
전주 돌솥밥이 유명한 까닭은 밥을 짓는 곱돌솥에 있다. 곱돌은 입자가 치밀하고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솥뚜껑이 무겁기 때문에 압력이 높아도 수분이 달아나지 않도록 해준다. 그래서 곱돌솥으로 지은 밥은 적당히 고슬고슬하면서도 촉촉한 윤기가 흐른다. 멥쌀에 찹쌀, 흑미, 콩, 밤, 대추, 잣, 은행 등을 넣고 지은 전주 돌솥밥은 간장 양념에 비벼서 먹는다.
▶오모가리탕 - 얼큰하고 양념 잘밴 민물매운탕
‘오모가리’란 ‘뚝배기’를 가리키는 전주 사투리로, ‘오모가리탕’은 뚝배기에 끓인 민물매운탕을 말한다. 물 맑은 전주천 상류에서 잡은 민물고기에 시래기를 넣고 들깨 양념을 더해 팔팔 끓여내는데, 국물 맛이 얼큰하고, 양념이 잘 밴 민물고기의 살이 부드러운 일품요리가 완성된다. 오모가리탕 전문식당은 전주천 옆 한벽당 근처에 한데 모여 있다.
◆광양(光陽)
▶전어 - 육질 탄탄하고 고소한 맛 일품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어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섬진강 망덕포구로 돌아오면 광양의 전어잡이가 시작된다.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인 망덕포구의 전어는 육질이 탄탄하고 지방질이 몸 전체에 고루 퍼져 고소한 맛이 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물살이 빨라 전어의 활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망덕포구에는 섬진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덱이 설치돼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산책길에 볼 수 있는 전어잡이소리(전남무형문화재 제57호) 등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통해 이곳이 전어의 본고장임을 알 수 있다. 가을 전어도 먹고 천혜의 섬진강 자연 풍광 속에서 산책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울주 蔚州
▶언양기와집불고기 - 한국의 3대 한우 불고기
울주에는 한우불고기특구가 두 곳이나 있다. 그중 하나가 언양이다. 울주에 온 여행자들이 억새평원이 있는 간월재를 들렀다가 출출해지는 점심때 자연스럽게 향하는 곳이 바로 한우불고기특구가 있는 언양읍이다. ‘기와집’이라 적힌 현판 대문이 멋스럽게 서 있는 ‘언양기와집불고기’는 언양의 한우불고기특구에서 언양불고기를 선보이고 있는 맛집 중 하나다.
한우의 고급 부위들을 얇게 썰어 뭉쳐 석쇠에 구워 먹는 언양불고기는 한국의 3대 한우불고기 중 하나다. 언양불고기 외에도 육회와 등심, 낙엽살, 안거미 등 특수부위를 따로 즐길 수 있고, 막국수와 된장찌개가 사이드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식당 전체가 기와집 형태로 되어 있어 식사를 즐기고 난 후 정원에 마련된 벤치에서 차분히 쉬어가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발 디딜 틈 없는 맛집이지만 느긋한 한국적 정취가 호사롭다. 언양불고기(180g) 2만2000원, 등심(120g) 2만6000원, 낙엽살(120g) 2만8000원
▶ 만복래숯불구이 - 한우 본연의 깊은 맛 음미
울주의 또 다른 한우불고기특구는 봉계다. 봉계불고기 역시 석쇠에 구워 먹는 불고기라는 점은 같지만 부위별로 따로 구워 왕소금을 가볍게 쳐서 먹는다는 점에서 언양불고기와 다르다. 한우 본연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어 한우마니아들에게 두루 사랑받는다. ‘만복래숯불구이’는 소금구이, 양념불고기, 갈빗살, 육회, 그리고 깍두기육회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깍두기육회란 채소나 과일을 썰어 넣어 양념에 버무려 먹는 육회와 달리 기름기 없는 생고기를 깍둑 썰기하여 양념장에 찍어먹는 육회를 말한다. 봉계불고기를 즐기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즐기기 좋다.
소금구이(130g) 2만3000원, 양념불고기(150g) 2만1000원, 갈빗살(130g) 2만6000원, 육회(150g) 1만5000원, 깍두기육회(150g) 1만5000원
◆기장 機張
▶대변항 기장멸치 - 지방질 풍부하고 꼬독한 식감 일품
우리나라 멸치 어획량의 60%를 담당한다는 기장의 대변항에서는 봄과 가을에 멸치 어획이 이루어진다. 9월부터는 대변항의 가을 멸치잡이가 슬슬 시작된다는 얘기다. 기장멸치는 지방질이 풍부하고. 살이 연해 멸치회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멸치잡이가 이뤄지는 활기찬 대변항 분위기 속에서 멸치회를 즐겨보자. 대변항 주위 횟집에서는 멸치회뿐 아니라 멸치튀김, 멸치찌개, 멸치쌈밥 등 다양한 멸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석쇠에 구워 꼬독꼬독한 식감에 고소한 멸치구이도 별미다.
▶곰장어촌- 담백한 단맛에 보양 효과까지
기장읍의 곰장어촌은 기장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기장 곰장어(먹장어)를 바로 짚불구이로 해먹을 수 있는 곳이다. 짚불 위에서 곰장어의 껍질은 숯처럼 까맣게 타버리고 껍질 속 흰 살코기는 촉촉히 익는데, 껍질을 벗기고 육즙이 가득한 속살을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한 단맛이 배어 나온다. 잡내가 없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기장 곰장어는 양념구이, 매운탕, 회, 껍질구이로도 즐긴다. 곰장어는 보양 효과 덕분인지 여름이 가장 성수기라고 하니, 지금쯤이면 열기가 조금 사그러진 곰장어촌에서 느긋이 그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을 터다.
▶연화리 회촌 - 해산물 마니아 명소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 마을인 연화리에는 회와 해산물을 판매하는 회촌이 형성되어 있다. 해녀들이 물질하여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한 상 가득 차려낸 ‘해산물 밥상’. 쫄깃쫄깃 씹히는 전복과 소라, 바다 향 머금은 해삼과 개불, 싱싱한 산낙지 등 갓 잡은 해산물을 바다 정취를 즐기며 맛볼 수 있어 해산물마니아들이 잊지 않고 찾는 명소다.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고소한 전복죽도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메뉴다.
▶은진사 연당 - 정갈한 연잎밥 정식
활기 넘치는 회촌과 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았다면 이제는 사찰음식으로 차분히 속을 달래보자. 은진사 내에 자리한 식당인 ‘은진사 연당’은 정갈한 연잎밥 정식을 차려내는 곳이다. 기장의 청정자연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상차림을 맛볼 수 있다. 연잎 향이 솔솔 배어난 밥의 쏠깃하고 차진 맛이 일품이다. 연잎밥 1만5000원
▶대게골목 - 싱싱하고 저렴한 대게
오일장이던 기장시장은 재래시장화되면서 기장의 명성에 걸맞게 이른바 ‘해산물전문장’이 되었다. 특히 날이 쌀쌀해질 즈음이면 기장시장의 대게골목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데, 기장시장의 대게는 기장뿐만 아니라 가까운 경북 지역에서 매일 잡아들여 싱싱하고 저렴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게 껍질을 싹싹 긁어 다 먹고 돌아서면 대게의 푸르스름한 내장의 고소한 맛과 향이 벌써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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