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을 묻는 증권사 설문조사에서 디즈니는 매번 5위권을 벗어나지 않는 종목이다. 미키마우스에서 어벤저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디즈니는 종목 자체에 대한 인지도만 놓고보면 애플에 못지 않다.
하지만 실제 투자에 나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테마파크 매출, 미디어 네트워크 사업 등 기존 사업들의 성장성이 높지 않아 가치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부여받아 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주가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디즈니는 변신했고, 성공했다.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테마파크가 문을 닫은 사이 그 자리를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가 빠르게 메꿨다. 디즈니는 성장주로 재평가받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성장세와 함께 주가도 상승세다.
디즈니 주가는 지난 7일(현지시간) 1.85% 오른 184.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서는 주가가 내내 박스권이다. 코로나19 재확산세로 레저·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주가가 아닌 디즈니의 변신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디즈니의 역사를 보면 위기 때 마다 변화를 시도했고, 그 변화가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접어들자 디즈니는 기존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인력육성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 이때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디즈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어공주(1989년), 미녀와야수(1991년), 알라딘(1992년), 라이온킹(1994년) 등이다.
1990년대 들어 기존의 칼라 애니메이션은 인기가 떨어졌다. 그 자리를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이 빠르게 차지했다. 픽사 스튜디오의 토이스토리(1995년)가 첫번째 3D 컴퓨터 그래픽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디즈니로선 큰 위기였다. 디즈니는 재빠르게 애니메이션 관련 설비를 처분, 2006년 픽사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2009년엔 마블 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하며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IP 경쟁력을 갖추게됐다. 마블 인수 후 지금까지 디즈니 주가는 6배 넘게 올랐다.
코로나19는 디즈니에게 위기였다. 2018년 매출의 41%를 차지하던 테마파크 매출 비중은 23%로 거의 반토막났다. 하지만 디즈니는 디지털로 무대를 옮겨갔다. 2019년 11월 12일 OTT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정식 출시했다.
성장세는 가파랐다. 당초 디즈니플러스의 2024년 가입자 수 목표치는 7500만명이었다. 올해 이미 1억1600만명으로 목표를 조기달성했다. 디즈니는 2024년 목표치를 2억4500만명으로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려잡았다. 디즈니의 막강한 IP가 다른 OTT와 차별화된 성장세를 이끌었다.
해외진출 속도도 높이고 있다. 이날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 12일 한국에 정식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과 대만에도 같은달 출시한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주가 발목을 잡았던 테마파크 부문 회복세가 더해질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성장세 덕에 기존 밸류에이션도 달라지고 있다. 현재 디즈니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6배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20배대에서 거래돼왔다. 지난해말부터 올초까지는 60~70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OTT 성장에 따른 플랫폼주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있는 과정이다. JP모간은 디즈니에 대해 최근 리포트에서 "기존 산업에서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과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디즈니는 올해도 미디어 업종 가운데 최고의 선택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에 따라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도 오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디즈니 목표주가를 기존 215달러에서 218달러로 올렸다. 캐나다왕립은행도 목표주가를 202달러에서 21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28명의 애널리스트 중 21명이 매수 의견을 나타냈다. 이들의 목표주가 평균은 210.52달러로 14%의 상승여력이 남았다는 계산이다. 최고 목표주가는 230달러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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