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내 최고 매파로 꼽히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가 지난해 수백만달러의 미국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파'나 '비둘기파'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주식 거래를 거의 하지 않는 다른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플란 총재가 100만달러 이상의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12개 지역 연은 중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시카고 연은을 제외한 11개 연은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포함한 공시자료를 취합한 결과다.
카플란 총재는 지난해부터 Fed의 금융완화 정책이 증시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며 조속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발언을 하면서 카플란 총재는 주식과 펀드 등 100만 달러 이상을 사고 팔았다. 거래한 주요 종목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보잉, 페이스북 등이었다. 알리바바와 제너럴일렉트릭(GE), 쉐브론 등도 포함됐다. 카플란 총재는 우량주 중심으로 22개의 개별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다.
카플란 총재는 댈러스 연은으로 옮기기 전 오랫동안 금융 분야에서 일해왔다. 골드만삭스에서 20년 이상 일하며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으며 댈러스 연은에 부임하기 직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역임했다. 카플란 총재 전 댈러스 연은 총재였던 리처든 피셔 총재도 카플란 총재처럼 주식 거래를 활발하게 했다고 WSJ는 전했다.
댈러스 연은 측은 "카플란 총재가 연은 내부 총회를 거쳐 검토와 승인을 받아 주식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주식 거래에 큰 제한이 없다는 게 댈러스 연은 측 설명이다.
카플란 총재 외에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맥킨지킨설팅 임원으로 일하면서 받은 회사 주식 가치가 올라 100만달러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은 총재도 5만 달러 이하의 주식 거래 내역을 제출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임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농장 지분을 신고했다.
12개 연은은 회원 은행이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준민간은행으로서 민간에서 선발된 이사회가 감독한다. 지역 연은 총재들은 2~3년에 한번씩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위원으로 참여해 각종 금융정책 결정 때 투표권을 행사한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Fed의 이사들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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