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기업가치 평가액을 4개월 만에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지난 6월 말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를 780억달러로 평가했다. 지난 2월 앤트그룹의 기업가치 평가액을 2350억달러에서 1440억달러로 내려잡은 데 이어 4개월 만에 45% 이상 하향 조정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피델리티가 지난달 앤트그룹의 기업가치 평가액을 670억달러 수준으로 더 낮췄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앤트그룹의 기업가치가 하락세를 면치 못한 이유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때문이다. 앤트그룹은 지난해 370억달러 규모의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11월 초 정부 제재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 정부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를 겨냥한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고, 앤트그룹을 금융 당국의 직접 규제가 가능한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공식화했다. 앤트그룹의 전망은 점점 불투명해졌다. 지난 3월 새로 임명된 에릭 징 최고경영자(CEO)는 앤트그룹의 사업을 대폭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앤트그룹 사태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제재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중국 정부가 최근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중국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승인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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