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홍 의원은 직전 조사보다 7.5%포인트 상승한 15.6%를 기록해 이재명 경기지사(27.0%), 윤 전 총장(24.2%)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홍 의원은 당초 범야권 후보 경쟁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앞서는 ‘골든 크로스’가 추석 이후쯤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고발 사주’ 의혹이란 돌발 변수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역전이 이뤄졌다. 경쟁자인 윤 전 총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홍 의원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윤 전 총장 재임 시절 측근으로 분류되는 손준성 검사가 2020년 4월 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당시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여권 인사 등 11명의 고발을 부탁하면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 대항해 내세운 공정의 가치에 타격을 주면서 윤 전 총장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일 해당 보도가 나온 뒤 1주일간 여권에서는 “검찰의 사상 초유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윤 전 총장에게 맹폭을 가했다.
정치권에서는 20대와 30대 남성이 홍 의원을 지지하는 현상에 대해 특유의 직설 화법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의 차베스 이재명” “호통개그하는 윤석열” 같은 ‘콜라 화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사형 집행 재개’ 등 그간 정치권에서 쉽게 꺼내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명확한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정시 확대, 로스쿨 폐지, 모병제 등 젊은 남성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분명한 태도를 보이면서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갈등을 빚는 구도에서 홍 의원이 이 대표를 두둔하면서 이 대표를 지지하던 20·30대 남성들이 홍 의원 지지층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이번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의 홍 의원 지지율(31.3%)보다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35.5%)이 더 높았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8.8%, 민주당 지지층에서 4.6%의 지지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홍 의원에 대한 지지성 발언을 하는 것이 여권 지지자에게 역선택을 지시하는 ‘좌표찍기’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홍 의원이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했고,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홍 의원이 본선에 오르면 땡큐”라고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권 입장에서는 공략 포인트도 잘 알고 있고, 홍 의원 특유의 꼰대 이미지로 인해 확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야권에서도 다수의 지지층이 홍 의원 쪽으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대선주자로 이 지사가 유력한 가운데 비슷한 성향의 홍 의원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홍 의원은 지난 7일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간담회에서 “이 지사를 압도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양강 구도 형성에 나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앞으로 있을 당내 경선 토론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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