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 특이한 시계가 있습니다. ‘The National Debt Clock’입니다. ‘국가부채 시계’입니다. 이 시계는 미국 부채가 얼마인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여러분도 검색하면(https://www.usdebtclock.org)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 부채는 28조달러가 훨씬 넘는군요. 우리나라 1년 무역액(수출액+수입액=1조달러)의 28배나 됩니다.
지금 세계는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계 각국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조리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지구촌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첫째 부류는 부채가 많아서 못 견디는 나라, 둘째 부류는 부채는 많지만 괜찮은 나라, 셋째 부류는 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나라입니다. 국가부채의 적정성 여부를 재는 잣대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는 겁니다. 이것을 ‘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이라고 합니다. 1년간 버는 것(GDP: 연간 부가가치 생산액)에 비해 나랏빚이 얼마나 되는가를 보는 것이죠.
국가부채 절대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입니다. 28조달러에 달하죠. GDP 대비율은 130% 정도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부채인데도 미국이 건재한 이유는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란 말을 들어보셨죠? 기축통화란 세계 모든 나라가 자유롭게 사용하고 보유하는 ‘가장 믿을 만한 돈’이라는 뜻입니다. 세계가 달러를 원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미국은 빚을 많이 내도 달러를 찍어서 메우면 그만입니다. 100달러 지폐를 찍는 데 30센트밖에 안든다고 합니다. 미국은 100달러를 찍을 때마다 99.7달러를 버는 셈입니다. 이것을 화폐주조 차익, 즉 시뇨리지라고 부릅니다.
기축통화국은 한 나라의 경제력, 투명한 금융제도, 정치군사적 패권력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오래전에 로마 화폐가 기축통화였습니다. 로마 금화는 모두가 믿고 썼죠. 네덜란드 화폐도 그랬습니다. 이후 영국 파운드화가 그 지위를 누렸고, 지금은 미국입니다. 문제는 있습니다. 미국이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는 바람에 달러 가치가 1913년 금값에 대비해 96%나 하락했다고 합니다. 미국도 흥청망청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도 부채가 많은 나라들이지만, 유럽연합(EU)이란 틀 안에서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세계적으로 국가부채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단지 경제 살리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빚을 늘린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앞다퉈 무상복지를 약속합니다. 또 집권한 정부가 재집권하기 위해 공짜 돈을 더 쓰려 합니다. 이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합니다. 국가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페이고(pay-go) 원칙’을 준수하는 겁니다. 번 만큼만 쓴다는 룰이죠. 민주주의는 속성상 돈이 많이 드는 체제인 듯합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② 국가채무와 국가부채가 같은 개념인지 다른 개념인지와, 어느 것이 더 큰 개념인지를 알아보자.
③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페이고(pay-go) 원칙을 지키고,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많다. 어떤 의미인지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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