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이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스타트업에 수익이 첫 번째 목표는 아니다. 이는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 유니콘기업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10개이던 유니콘기업의 절반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추세는 2020년 13개, 2021년 15개로 늘어난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성의 시대에서 효율성의 시대로 경제의 룰이 바뀌고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런 기조는 2019년 말 공유오피스 스타트업인 위워크의 상장이 실패하면서 약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 뉴욕에서 창업한 위워크는 2014년 1억 5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기업으로 올라섰고, 소프트뱅크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는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지분 29%를 확보하면서 기업가치를 470억달러까지 인정했다. 그 어떤 기업보다도 블리츠 스케일링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기업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손실액은 막대했다. 매출 18억달러에 손실액이 19억달러였다. 월가 벤처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 만든 매출 증가보다 유의미한 수익성을 요구했다. 2018년 5월 우버 상장 이후 주가가 30% 폭락한 경험이 있던 투자자들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위워크는 상장을 포기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9년 실적발표 자리에서 위워크 투자는 어리석은 결정이었음을 인정했다.
문제는 유니콘기업의 기준은 매출이 아니라 기업가치라는 점이다. 매출이 0원이어도 누군가가 특정 기업의 잠재력을 1조원이라고 평가해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1000억원을 투자했다면 유니콘기업이 된다. 매출이 1조원이라 하더라도 외부에서 받은 투자가 0원이라면 유니콘기업이 될 수 없다. 기업가치는 투자자가 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니콘기업은 비상장 기업이 대상이므로 1조원의 가치를 넘기 전에 상장해버리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된다면 역시 유니콘기업 목록에 오를 수 없다. 스타트업 상장에 너그러운 일본에서 유니콘기업이 8개에 불과한 이유이다. 일본 기업은 상장 이후에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유니콘기업 수가 일본보다 많다는 점이 디지털 경제에 더 잘 적응하고 있다는 근거로 적절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버블은 언제나 버블을 불러온다. 버블 다음에 버블이 오고, 버블이 붕괴하면 이를 구제하기 위한 버블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 버블이 터진다는 것이다. 터지면 쪼그라들고, 되돌리려면 다시 인위적으로 부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코로나 위기로 금융정책도, 재정정책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부풀릴 재원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투자자들이 점차 수익성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그간 버블이 혁신을 위한 완충재 역할을 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버블이 혁신에 주는 장점이 점차 작아지고 있음을 감지해야 한다. 혁신 자체가 의미가 있어 사회가 적자기업을 용인하는 게 아니다. 적자를 미뤄두는 게 허용된 경우는 현재 포기한 수익을 지렛대로 머잖은 미래에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때뿐이다. 기업은 결국 수익을 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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