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조진웅 분), 태수(유해진 분), 준모(이서진 분), 영배(윤경호 분). 친구 넷은 40년 지기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서로는 물론 배우자끼리도 친밀하게 지내는 ‘절친 4인방’은 어느 날 석호의 집들이에 초대받는다. 이혼한 영배를 제외하고 각자의 배우자까지 일곱 명이 모두 모인 저녁자리. 석호의 아내인 예진(김지수 분)이 제안한다.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스마트폰은 점점 인물들의 비밀을 드러낸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부부간의 갈등, 40년 지기 친구들에게도 감춰온 성 정체성, 철석같이 믿은 배우자의 외도,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배우자의 투자 실패까지…. 인물들이 감춰온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스마트폰 메시지와 전화를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완벽한 지인’이라고 생각했던 서로가 사실은 ‘완벽한 타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새로운 인류를 의미하는 ‘포노사피엔스’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다. 포노사피엔스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사용한 신조어다.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 앞부분에 폰(phone)을 붙여 변형했다.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사람들은 신체의 일부처럼 스마트폰을 다룬다. 개인적인 정보를 저장하고 언제든 꺼내 쓴다. 스마트폰을 잠시 공개하는 것만으로 가장 내밀한 비밀이 드러난다는 영화의 설정은 그래서 설득력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 주변 사람들과 같은 게임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건 우리 모두가 포노사피엔스라는 방증이다.
극 중 게임을 제안한 예진의 대사는 포노사피엔스들의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아무튼 이 핸드폰이 문제야. 쓸데없이 너무 많은 게 들어 있어. 통화내역, 쇼핑내역, 문자, 위치, 스케줄. 완전 인생의 블랙박스라니까.”
경제학자들은 스마트폰 중독을 ‘시간 할인율’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본다. 시간 할인율은 미래의 효용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나타내는 개념이다. 행동경제학에선 사람들이 오늘 벌어지는 일과 1주일 뒤 벌어질 일의 효용을 다르게 여긴다고 본다. 먼 미래 사건의 효용은 더 낮게 평가하고, 가까운 미래 사건의 효용은 더 높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행동경제학자들은 미래 사건의 가치를 더 낮게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즉 시간 할인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현상이 강하다고 본다. <그림1>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의 효용보다 운동하는 것의 효용이 더 크다. 둘이 각각 실현된 시점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미래에 실현될 일은 지금으로서는 효용이 더 낮게 느껴진다. 오늘 손에 쥐는 100만원과 1년 뒤 손에 쥐는 100만원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프 가로축에서 0으로 표현된 현재 시점의 나는 이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밖에서 운동을 하자고 다짐한다. 지금의 나는 스마트폰보다 운동의 효용을 더 크게 평가한다. 뿌듯함과 건강의 효과가 더 크다는 걸 머리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 A시점에 스마트폰과 운동을 비교하니 효용의 크기가 뒤바뀐다. 당장 얻을 수 있는 작은 효용이 미래의 큰 효용보다 커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효용을 더 크게 할인하는 사람일수록 당장의 효용이 더 작아도 쉽게 유혹에 넘어간다. <그림2>는 미래 효용을 얼마나 많이 할인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 그래프다. 미래 운동의 가치를 적게 할인하는 사람은 스마트폰 대신 운동을 하러 나가지만 미래 운동의 가치를 많이 깎아버린 사람은 스마트폰을 택한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② 스마트폰은 인간의 능력이나 관계를 늘려주는 도구일까, 아니면 인간을 예속시키는 위험한 물건일까.
③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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