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백만원 벌었다"…리딩방 '알바 사기극' 판쳐

입력 2021-09-10 17:25   수정 2021-09-17 17:33

“마 선생님 리딩 따라가니까 5분 만에 360만원 벌었네요.” “와 부럽네요. 축하드려요.” “사랑하는 선생님께서 주신 수익이군요.”

자칭 주식·선물 전문가라는 ‘마선생’이 리딩(투자 대상 종목 찍어주기)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글이다. 마선생의 리딩이 끝난 지난 9일 오전 10시, “지시대로 투자했더니 수익을 봤다”는 회원 6명의 인증글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적게는 41만원, 많게는 366만원까지 벌었다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수익창을 캡처한 ‘인증샷’까지 첨부했다. 마치 서로 다른 회원 6명이 리딩을 통해 돈을 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짜 카카오톡 계정 10여 개를 사용하는 아르바이트생 1명의 ‘연극’이다. 수익 인증샷도 모의투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숫자만 끼워 맞춘 가짜다.
“증거금 없이도 선물 거래 가능”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운영되는 불법 사설 선물거래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물 거래를 하려면 3000만~5000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하고, 교육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불법 거래소들은 “교육 없이 증거금 30만~50만원만 내면 투자할 수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들에게 수수료를 챙겨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이런 사설거래소는 회원들에게 투자 방법을 지시하는 불법 리딩 카톡방을 운영하고, ‘바람잡이’ 알바를 고용해 카톡방 분위기를 조성한다.

바람잡이는 “리딩을 따르니 수익이 났다”며 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수익을 올리지 않고 이미지만 조작한 거짓 인증이지만, 다른 회원들은 이를 보고 ‘나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 같은 불법 리딩방으로 인한 피해상담 접수 건수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2025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144% 늘어났다.
사설 거래소 운영·이용 모두 불법
마선생 업체는 바람잡이를 3명 고용하고 있었다. 바람잡이 1명당 가짜 카톡 계정을 10개씩 부여해 총 30개의 계정을 운영한다. 기자가 알바에 대해 문의하자 업체 관계자는 “카톡방에서 진짜 회원인 척하고 대화만 해도 월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10개 계정의 나이와 성별이 다르니 이를 감안해 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톡방에서 오가는 대화 대부분은 바람잡이 알바의 자문자답이었다. 첫 번째 계정이 “나스닥은 상방으로 뻗어주는데 항셍은 눌린다”고 말하면 곧바로 두 번째 계정이 “항셍이 빠지고 반등 주는 걸 나스닥이 받아서 그렇다”며 맞장구를 치는 식이다.

수익 인증도 바람잡이의 주요 업무다. 업체 관계자는 “바람잡이 알바에게는 우리 HTS 계정 여러 개에 가상 투자금을 충전해준다”며 “아무 모의투자에나 참여해 수익이 나면 캡처해서 회원 카톡방에 인증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사설거래소는 모두 불법이다. 알바로 운영에 가담하는 것은 물론 회원으로 거래소를 이용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 김서정 제이앤파트너스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금융당국의 허가가 없는 거래소이므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실제로 선물 상품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가짜 거래소라면 도박공간개설죄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금이 보호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설거래소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행위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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