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친딸을 성폭행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성폭행 피해를 입은 친딸이 '극단 선택'을 하자 "딸이 피해망상"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윤경아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7년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19년 6월과 2021년 3월 술에 취해 잠든 20대 친딸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딸 B씨는 지난 3월5일 친부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마련한 임시 거처에 머물던 B씨는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다 신고 사흘 만인 3월8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생전에 B씨는 아버지가 유일한 양육자였던 탓에 오랫동안 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오히려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과 두려운 감정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빠가 죄책감 느끼는 게 싫어 아무 말도 못 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빠가, 아빠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다' 등 고통 받은 심경을 담은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친딸이 진술조서도 작성하지 못한 채 사망하자 경찰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오히려 딸이 피해망상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우울증 등으로 치료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망상증상을 추측할만한 단서가 없으므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면서 "피해자 신체에서 피고인의 유전자(DNA)가 발견되는 등 사건 정황이 진술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는 1차 범행 뒤 괴로운 심정이었음에도 피고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다시 2차 범행을 겪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책임을 수사기관 등에 떠넘기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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