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고려대 교수 "백신은 의료 종합예술, 최고 인재 확보할 것"

입력 2021-09-12 17:20   수정 2021-09-13 00:09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매일 언론에 등장하는 의사가 한 명 있다. 국내 감염병 학계의 권위자로 불리는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다. 30년 동안 감염병 분야를 연구하면서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국가 기관에 몸담으며 방역 시스템을 구축했고, 학자로서 위기의 순간마다 정부의 방역을 도왔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을 덮쳤을 땐 메르스 특보·즉각대응팀장을 맡아 국내 방역 체계를 이끌었다.

그런 김 교수에게 최근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글로벌 감염병 백신 개발과 연구 인프라 확충에 써달라며 고려대에 사재 100억원을 기부하면서 출범한 ‘정몽구 백신혁신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게 된 것이다.

지난 7일 진료를 잠시 쉬고 어렵사리 시간을 낸 김 교수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백신은 기초연구부터 임상시험, 제품화까지 모든 분야의 연구인력이 총동원되는 만큼 의약 기술의 ‘종합예술’이라고 불린다”며 “국내 첫 번째 민간백신연구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는 향후 발발할 수 있는 ‘팬데믹’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각종 동물실험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자체 연구는 물론 기업과의 산학협력을 위한 ‘연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개발해 전 세계에 보급한 것처럼 산학협력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백신 연구가 자칫 시들해지진 않을까. 김 교수는 “언제든 치명적인 감염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일정 기간을 두고 새로운 감염병이 계속 출현하면서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보험’을 사회 전체가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국내 제약 기업들의 역량이 세계적인 기업들에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백신 연구에는 긴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정부·기업의 ‘뚝심있는’ 투자와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개발만큼이나 현대 사회에서 올바른 방역체계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주저없이 “가짜 정보를 차단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수시로 들어오는 언론의 취재 요청에 흔쾌히 시간을 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에는 고려대의료원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해 코로나19와 관련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김 교수는 “2년의 임기 동안 백신혁신센터의 초석을 다지는 데 매진하겠다”며 “특히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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