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에 따르면 유럽은 올 3분기에도 2%대 성장률을 이어가면서 미국, 중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이 완연한 호황을 맞았다는 평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9일 채권 매입 속도 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몇 달간 자금조달 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됐고 성인의 70%가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은 유럽 경제가 스위트 스폿에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실업률은 올해 7월 7.6%로 4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럽의 GDP 대비 투자액은 22.2%로 올 들어 꾸준히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물론 종이 철강 플라스틱 등 사실상 모든 원료가 부족해지자 가격이 급등했다. 공급망 부족은 세계를 덮쳤다. 세계 최대 배송회사 UPS의 스콧 프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공급난이 다국적 기업 주도 세계화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길 것으로 내다봤다.
장거리 항공 여행은 2025년이 돼야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기업이 제조나 조립하기에 적당한 곳을 문의하고 있다”며 “공급을 위한 이동 거리를 늘리면 위험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경제가 지역 중심 경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 참석한 자동차 기업들도 반도체 부족으로 30% 가까이 줄어든 자동차 생산량이 언제 완전히 회복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질 모크 악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준 도미노 가격 인상이 유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를 꾸려가는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경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유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러 위험 신호에도 유럽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럽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2%에서 2.2%로 한 차례 상향 조정됐다. 가계 지출이 증가하는 데다 소비를 위한 추가 저축 여력도 여전하다. 노동시장 여건이 개선되는 것도 긍정적 경제 전망에 힘을 보탰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 GDP가 올해 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ECB는 내년까지 경기 부양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독일은 이달 말 총리선거를, 프랑스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에 영향을 주는 긴축 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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