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에 털썩…韓·美·中 빅테크 '동병상련'

입력 2021-09-13 17:43   수정 2021-09-1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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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에 대해 각국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미국 법원이 “앱스토어에서 외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한 것은 반경쟁적”이란 판결을 내놓자 3% 넘게 하락했다. 플랫폼 기업 규제를 공식화한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 주가는 13일 4% 이상 내렸다. 많은 전문가는 “빅테크의 덩치가 커지며 이를 규제하려는 각국 정부의 움직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빅테크가 이번 기회에 적절한 소비자 보호장치 등을 마련한다면 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카카오 3형제 시총 급증발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7일 금융당국의 플랫폼 규제책 발표 후 급락하다 지난 10일 각각 2.76%, 1.17%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 네이버는 0.49% 내린 40만8000원, 카카오는 4.23% 하락한 12만4500원을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네이버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7월 26일 46만5000원에 비해 12.26%, 카카오는 지난 6월 24일 17만3000원 대비 28.03% 하락한 상태다.


이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게임즈도 각각 6.24%, 2.71% 내렸다. 지난달 말 114조8540억원이던 카카오 3사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91조455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달 들어서만 23조원 넘게 증발했다.

카카오그룹주의 하락폭이 큰 것은 정부와 여당이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는데, 가장 큰 타깃이 카카오란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신고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갑석·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다음달 국회 국정감사 주요 의제로 ‘플랫폼 경제’를 선정했다.
미·중도 빅테크 약세
홍콩증시에서 이날 텐센트는 2.45%, 알리바바그룹홀딩스는 4.23% 각각 내렸다. 중국 당국이 주말인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빅테크 규제가 계속될 것이란 취지의 글을 올린 게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정부의 반독점 운동이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개선하고 공동부유(다함께 잘 살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인 앤트파이낸셜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자 이를 중단시켰고, 이미 상장한 알리바바와 디디추싱은 국가안보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미국 하원의 민주·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6월 플랫폼 독점 종식법 등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5개 법안을 발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7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 법원이 지난 10일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외부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반경쟁적 조치라는 판결을 내리자 이 회사 주가가 3.31% 하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성장이 중소 업체 및 고용시장 여건 악화는 물론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규제 강도가 더 세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 규제는 지속적인 리스크지만 적정 수준의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은 장기적인 생태계 강화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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