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4위로 밀려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전격 사퇴했다. 정 전 총리의 중도 사퇴로 같은 ‘친문(친문재인)계’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표 차를 20%포인트 내로 좁힌 이 전 대표가 호남에서 선전할 경우 ‘이재명 대세론’이 지배했던 경선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2일 강원 지역 경선과 1차 선거인단 투표를 합산한 결과 누적 득표율 4.3%를 기록했다. 반면 정 전 총리와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1.4%를 얻으며 10%대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정 전 총리는 이런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리는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정세균 캠프는 13일 긴급회의를 열어 경선 완주 여부를 논의했다. 당일 예정된 2차 선거인단 투표 홍보 동영상 촬영은 미뤘다. 국회에서는 캠프로 파견된 의원실 보좌진이 복귀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정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다. 그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배려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민주당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한 결정”이라며 “어떤 역할을 상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미 지난주 대구·경북·강원 경선과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고무된 모습이다. 첫 지역순회 경선이었던 지난 4일 대전·충남 경선 직후 이 지사(54.8%)와 이 전 대표(27.4%)의 득표율 격차는 27.4%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12일에는 이 지사가 51.4%, 이 전 대표가 31.1%를 기록해 누적 득표율 격차가 20.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 전 대표는 “민심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희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추석연휴 직후 치러질 광주·전남(25일)과 전북(26일) 경선을 통해 추격의 고삐를 당긴다는 계획이다. 호남지역 선거인단 수는 20만4017명으로 충청권과 대구·경북·강원권 전체 선거인단 수(10만9086명)의 약 두 배에 이른다.
이 전 대표는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와 10~11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는 범진보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전주 대비 7.1%포인트 오른 25.1%로 이 지사(28.7%)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충청권 참패 이후 의원직 사퇴 등 배수진을 치면서 지지층이 결집한 것을 반등 요인으로 꼽았다. 야권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과 이 지사는 비슷한 캐릭터라 안정감에 강점이 있는 이낙연 후보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며 “만약 국민의힘에서 홍 후보가 뜬다면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1차 선거인단 득표율(51.1%)이 당초 예상했던 ‘50% 중반’보다 낮았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이 지사도 전날 SNS에서 “‘어차피 이재명이 후보 되는 거 아냐?’ 하는 순간 승리는 날아간다”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와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추 전 장관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높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재명 캠프 우원식 선거대책위원장은 ‘이 지사 지지층 중 강성 지지층 일부가 추미애 후보에게 가는 것 같다’는 질문을 받고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추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검찰개혁을 향한 지지자들의 마음이다. 이를 어떻게 수렴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 지사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호남 민심 다지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13일 해상풍력발전 지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등 광주·전남 공약을 내놓았다.15~16일, 18~19일에도 호남을 찾기로 했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