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로 1분 안에 권리분석…아파트 거래 사고 막죠"

입력 2021-09-13 17:43   수정 2021-09-1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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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발생한 ‘창원 오피스텔 보증금 사기 사건’은 많은 세입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공인중개사 A씨 등은 주인 행사를 하거나 계약을 위임받은 것처럼 세입자들을 속여 5년간 130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가로챘다. 이들이 내민 위조 서류와 가짜 신분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권리 분석 등에 특화된 프롭테크 비앤써의 김영혁 대표(사진)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간단한 서류로 집주인 여부만 확인했어도 창원 오피스텔 사기 사건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는 이것저것 따져보면서도 유독 부동산 거래에는 전문가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는 사례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비앤써가 개발한 ‘ICU(아이쿠)’는 부동산 거래가 어렵고 친숙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자동권리·위험 분석 시스템이다. 거래하려는 부동산의 주소와 가격만 입력하면 잠재적인 거래 위험 요인을 1분 안에 알려준다. 가압류나 근저당 같은 각종 권리 설정 여부에 더해 각 상황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솔루션과 계약서에 넣을 특약사항도 제시한다. 거래 금액이 시세 대비 적정한지, 해당 건물이 위반건축물 혹은 무허가건물인지도 알 수 있다. 계약 후 대출이 안돼 낭패를 당하거나 제값에 팔지 못하고 애물단지가 되는 상황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비앤써의 설명이다.

계약 단계에서도 각종 서류와 신분증 진위 여부, 중개인의 적격 여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잔금 지급 이전에 집주인이 몰래 대출받는 등의 권리 변동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탐지해 권리 변동을 알려준다. 김 대표는 “ICU는 과거엔 전문가에게 의존해야 하거나 직접 처리하려고 해도 번거롭고 어려워서 엄두가 안 나던 일들을 자동화했다”며 “데이터 분석·가공을 통해 전문가와 일반인 간 지식과 기술적인 부분의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비앤써는 부동산 조사·관리 등을 하는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의 사내벤처다. 지난 3월 분사 창업해 4개월 만인 7월 부동산 거래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와 업무계약을 성사시켰다.

부동산원 동기인 김 대표와 박알찬 이사는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구조’라는 문제의식에서 뜻을 함께했다. 김 대표는 “부동산원에서의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정보를 차별화해 조합하는 방법과 필요한 정보를 순식간에 가지고 오는 스크래핑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100년 전 기사부터 최근 판례까지 각종 케이스를 모아 사고나 사기가 발생할 수 있는 패턴도 시스템화했다”고 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특허를 취득했다.

비앤써는 핵심 경쟁력인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공’ 기술을 활용해 금융, 개발사업, 공익사업 손실보상 등 효율화 솔루션을 계속해서 개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부동산 거래에서 전문가 의존도를 낮춰 일반 부동산 소비자가 거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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