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 탑재 강요' 구글, 5년 만에 결론…과징금 2074억

입력 2021-09-14 15:06   수정 2021-09-14 15:07


플랫폼 규제에 앞장서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를 강요한 혐의로 구글에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6년 7월 구글코리아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 지 5년여 만에 내린 결론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용하려면 파편화 금지 계약 '강제'
공정위는 구글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이날 밝혔다. 과징금은 법 위반 행위가 있던 2011년 1월부터 자료가 확보된 올해 4월까지의 어플리케이션(앱) 마켓 매출 기준으로 잠정 산출한 수치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로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 72%로 지배력을 확보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기기 제조사에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전제조건으로 '파편화 금지 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도 반드시 체결하도록 강제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AFA 때문에 기기 제조사는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경쟁사인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었다. 아울러 포크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앱 개발 도구(SDK)를 파트너사나 제3자에게 배포할 수 없게 해 포크용 앱 생태계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사진)은 "구글은 모바일 OS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기타 스마트기기 OS 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더라도 해당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자유롭게 개발되지 못하도록 해 구글이 모바일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고도 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AFA를 모든 스마트기기에 적용한 점도 짚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스마트TV 등에서도 포크 OS를 탑재한 포크 기기를 출시하기 어렵게 만들어 스마트 기기용 OS 개발 분야에서 혁신이 저해됐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시 제조사가 포크 OS를 탑재한 스마트TV를 출시하면 AFA 위반으로 플레이스토어 및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을 박탈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구글은 제조사들의 기기 출시 전 호환성 테스트(CTS) 결과를 구글에 보고하고 승인받게 하는 방식을 거쳐 AFA 위반 여부를 검증했다고 지적했다.

LG전자의 스마트 스피커가 해당 사례로 꼽힌다. LG전자가 2018년 롱텀에볼루션(LTE) 통신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 스피커 출시를 준비하면서 음성인식 앱으로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하려 했으나 구글은 해당 기기 출시를 불허했다. 해당 기기에 스피커용 포크 OS를 탑재한 점을 들어 구글은 "포크 OS 기기에 제3자 앱을 탑재하면 AFA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구글, 모바일분야 시장점유율 97% '독점'

구글의 글로벌 주요기기 제조사와의 AFA 체결 비율은 2019년 87.1%까지 뛰었다. 모바일 분야 점유율은 97.7%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등 안드로이드 계열이 아닌 OS는 이용자 확보에 실패했고, 포크 OS의 시장 진입은 사실상 봉쇄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글에 대해 "통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이미 출시된 경쟁 상품의 원재료 구입을 방해하거나 유통 채널을 제한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구글의 행위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경쟁제한 행위"라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구글에 2074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하는 한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와 안드로이드 OS 사전접근권을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시정명령 사실을 기기 제조사에 통지해 기존 AFA를 시정명령 취지에 맞게 수정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시정 명령 조치의 적용범위는 실효성, 국제관례 등을 고려해 국내에 본점을 둔 제조사는 국내 및 해외시장에 대해, 해외 제조사의 경우 국내 출시기기에 대해서로 범위를 정했다.


최종 과징금은 공정위가 2016년 퀄컴의 갑질행위에 부과한 과징금(1조311억원)에 이어 시장지배력 남용 및 불공정 행위 사건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 될 전망이다. 앞서 2018년 유럽연합(EU) 경쟁당국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해 43억유로(약 5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모바일 OS 및 앱마켓 시장에서 향후 경쟁압력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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