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하정우(43·본명 김성훈)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실형을 면하게 된 그가 자숙 없이 활동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단독(박설아 판사)은 지난 1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하정우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8만8749원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하정우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이보다 무거운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인의 인적 사항을 제공하고 의사와 공모해 진료기록부를 거짓 작성하는 등 각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은색 수트를 입고 법원에 도착한 하정우는 "선고를 앞두고 있어 특별히 말씀 드릴 게 없다.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입정했다.
선고 결과가 나온 뒤 법정을 나가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책임감을 갖고 조심하며 건강히 살겠다"고 말했다.
'자숙 기간 없이 곧바로 활동을 강행하느냐'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하정우는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당시 그는 최후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제가 얼마나 주의깊지 못했고 경솔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깊이 깨닫고 깊이 반성했다"며 "많은 관심을 갖는 대중배우가 신중히 생활하고 모범을 보여야했는데 동료와 가족에게 심려끼치고 피해끼친 점 고개 숙여 깊이 사죄한다"고 했다.
이어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재판장님 앞에서 다짐하고 싶고 사회에 좋은 영향과 건강에 기여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이 자리에 서지않도록 더 조심하도록 살겠고 이 과오를 만회하고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특히 하정우 측 변호인은 '경제적 손실'에 대해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변호인은 "이 사건이 언론에 드러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은 상황으로, 배우로서 활동도 못 하고 경제손실이 크다.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이 선고되면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했다.
이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거론하며 반성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동시에 활동 강행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혀 거센 질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 받았지만, 실형은 면하게 되면서 그의 작품 활동에는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충무로의 대표 '다작왕'으로 유명한 하정우는 촬영 및 공개를 앞두고 있는 작품만 영화 '보스턴 1947', '야행', 넷플릭스 '수리남', 영화 '피랍' 등 여러 개다.
그 중 '수리남'의 경우 마약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다. 하정우는 남미의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 비밀작전에 휘말린 한인 사업가 강인구 역을 맡았다. 실질적으로 작품을 공개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게 됐지만, 배우에 대한 관객 신뢰도가 깨진 상태에서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정우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그해 9월까지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 과정에서 친동생과 매니저 등의 명의로 프로포폴을 투약 받은 혐의도 있다.
당초 검찰은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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