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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열린 SK종합화학의 ‘브랜드 뉴 데이’ 행사.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탄소 대신 그린에 중점을 둔 ‘SK지오센트릭(SK geo centric)’으로 사명을 바꿔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1972년 국내 최초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가동하며 석유화학산업 발전을 주도해 온 SK지오센트릭이 ‘글로벌 그린케미컬 기업’으로 도약한다.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통해 50년 역사의 석유화학 회사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기반으로 한 도시유전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전략이다.
SK지오센트릭은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의 50년 역사는 SK지오센트릭이 걸어온 길과 같다.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은 1962년 10월 설립된 대한석유공사다. 대한석유공사는 1964년 국내 최초 정유시설인 제1상압 증류시설을 가동해 국내 최초로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1972년엔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나프타분해설비를 국내 최초로 가동했다. SK그룹 전신인 선경이 1980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대한석유공사를 계열로 편입했다. 1982년에는 대한석유공사에서 유공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이후 SK에너지를 거쳐 지금의 SK이노베이션이 됐다. 석유파동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고비를 견디며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 등 현재 그룹 주력 계열사의 ‘종잣돈’을 대는 맏형 역할을 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11년 석유화학 및 에너지 사업 분할을 통해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됐지만 지난 10년간 핵심 계열사로 사업을 펼쳐왔다. SK지오센트릭의 지난해 매출은 8조4663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 매출(34조1645억원)의 24.8%에 달한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지만 올 상반기엔 26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SK지오센트릭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새 사명은 지구(geo)를 중심(centric)에 두고 사업의 중심을 탄소에서 친환경으로 옮겨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그린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본격 실행을 통해 ‘탄소사업에서 그린사업’으로 사업 체질을 완전히 바꾼 글로벌 그린케미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친환경 ‘도시유전’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울산광역시와 국내 최대 규모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설비에 대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25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해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16만㎡ 부지에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재활용하는 공장인 도시유전을 완공하는 게 핵심이다.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SK지오센트릭은 차세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올 1월엔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열분해 기술 관련 협력에 나선 데 이어 6월엔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에 대한 지분투자를 통해 해중합 기술을 확보했다. 해중합은 유색 페트병, 폴리에스테르 원단 등 페트(PET)를 이루는 큰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시켜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 물질로 되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나 사장은 “2050년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가 600조원으로 예상돼 사업의 성장 전망은 매우 밝다”며 “그린사업을 앞세워 세계 최고의 리사이클 기반 그린케미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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