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들어 핵·미사일 도발을 전면화하는 양상이다.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확보에 나선 데 이어, 농축우라늄 증산을 위한 시설 보수도 시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평양 인근 강선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도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핵무기 생산의 두 축인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순항·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대표 선수들로 ‘위협 사이클’ 돌리기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이 올해 초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지시한 핵무력 고도화 방침이 그대로 실행되고 있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시리즈 도발’에 나선 것은 대화를 재촉하는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 도발 수위를 높여 더 두둑한 보상을 얻어내는 게 그동안 써온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겉으론 대화를 하면서 뒤로는 핵·미사일 도발 능력을 꾸준히 키워온 것도 다름 아닌 이런 노림수 때문이다. 더욱이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장관이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고 두둔하니 북한으로선 이보다 더 든든한 ‘뒷배’도 없을 것이다.
북한의 ‘위장평화 전술’이 명확해졌는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 인사들의 태도를 보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김정은이 핵을 36차례나 강조했는데도 대통령부터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해버렸으니 다른 당국자들이야 오죽하겠나. 외교부 장관은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에 들어갔는데도 ‘대내용’이라며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외교부 차관은 핵시설 가동이 “남북합의 위반은 아니다”고 한다. 북한 대변인의 발언을 듣는 듯하다.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집중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이런 안이한 인식으로 어떻게 북한 비핵화를 이끌기를 기대할 수 있겠나.
북한의 위장평화 전술에 대화 타령을 하며 장단 맞추고 놀아주기에는 한반도 상황이 너무나 위중해졌다. 더 늦기 전에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북한 핵미사일이 우리 머리 위로 날아와야 정신 차릴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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