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에서 'AI윤리 설전'이 사라진 이유

입력 2021-09-15 17:12   수정 2021-09-16 00:15

“캐나다 정치인들이 귀중한 연구 비용을 군사용 응용프로그램에 묶으려(투입하려) 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업계는 지금 ‘국방 AI’를 둘러싼 설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딥러닝 창시자’이자 구글브레인 소속인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시작이다. 힌튼 교수는 캐나다 일부 정치인이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같은 기관의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자, 이를 “외설적 행위”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흥미로운 건 또 다른 세계적 석학 페드로 도밍고스 미 워싱턴대 교수의 반격이다. 그는 “DARPA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컴퓨터과학 연구 자금 제공자”라며 “이런 기관이 없었다면 대부분 스타트업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AI 기술 활용의 윤리적 측면을 놓고 두 ‘AI 구루’들이 공개적으로 견해차를 드러낸 것이다.

DARPA는 “과학 기술로 살상 무기를 개발한다”는 비판과 “인류 과학기술을 진보시킨 곳”이라는 양면적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무기도 만들었지만, 인터넷 모태인 ‘아르파넷’을 탄생시키는 등 기술 개발 최전선에 서왔다. 최근엔 ‘AI 무기화’를 상징하는 조직이 됐다. 2018년부터 ‘AI 넥스트(Next)’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4억달러(약 4700억원)가량의 연구비를 쏟아부은 결과 무인전투기나 무인 함정 개발에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DARPA를 평하는 대립적 시각은 새롭지 않다. 정작 국내 AI업계의 눈길을 끄는 건 두 학자들이 벌이는 ‘자유로운’토론 그 자체다. 찬성이든 반대든, 국내에선 유사 수준의 논의조차 접하기 어렵다. 도밍고스 교수와 같은 강경 발언은 더더욱 그렇다.

전문가 상당수는 2018년 KAIST가 겪은 ‘연구 보이콧’ 사태가 시발점이 됐다고 본다. 당시 KAIST는 ‘국방AI융합연구센터’를 신설했는데, 해외 과학자 50여 명이 “AI로 살상 무기를 개발한다”며 협력을 끊겠다고 나섰다. 결국 신성철 전 KAIST 총장이 “존엄성에 어긋나는 연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명까지 해야 했다. 이런 분위기는 국방부까지 퍼져나갔다. 현재도 국방부는 상대적으로 군 일반 운영 영역에 AI 적용을 우선하고 있으며, 무기개발에 관한 구체적 계획 공개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군비 경쟁은 글로벌 흐름이 됐다. 미래전 양상을 단번에 바꿔버릴 각국 ‘군사기술 전쟁’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격론을 자유롭게 벌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한 연구자의 속내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금기’부터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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