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12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오토쇼 ‘IAA 모빌리티 2021’의 화두 중 하나는 플라스틱이었다. 현대자동차,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재생 플라스틱을 소재로 활용한 자동차를 여럿 선보였다.
17일 관렵업계에 따르면 재생 플라스틱의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용기와 섬유 외에 자동차, 가전 등 제품 수명이 긴 분에도 재생 플라스틱이 쓰이는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뛰면서 강도와 내구성이 강해진 재생 플라스틱이 속속 개발된 영향이다.
BMW는 전시 주제부터 순환경제로 정하고, 100% 재생 가능한 소재로 제작한 ‘i비전서큘러’를 공개했다. 차량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내부 인테리어 등이 모두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행사에서 BMW는 차량 소재에서 재생 강철·플라스틱 비중을 늘리겠다고도 발표했다.
재생 플라스틱은 폐플라스틱을 잘게 잘라 압출하거나(기계적 재생) 고온으로 녹이고(열분해) 화학적으로 분해(해중합)하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일본 등에서 깨끗한 플라스틱을 수입해온 뒤 기계적 재생을 통해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져 활용처가 제한됐다. 불순물이 묻어있지 않은 플라스틱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재활용율이 낮은 이유였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쪼개 재활용하는 열분해와 해중합 방식이 부상했다. 재활용한 뒤에도 내구도가 튼튼하다는 게 장점이다. PET소재만 가능한 해중합은 주로 플라스틱병 재활용에 쓰인다. 병에 오염물이 묻어있어도 재활용 할 수 있다. 열분해 방식으로는 PET 외에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도 재활용할 수 있고, 분해 결과물인 열분해유는 연료로도 쓸 수 있다.
제품 수명이 길어 높은 내구도를 요하는 자동차, 가전까지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면서 재생플라스틱 가격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새 플라스틱보다 비싸졌다. 원료 가격도 꾸준히 뛰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재활용에 쓰이는 압축 PET 가격은 1㎏ 당 322원으로 지난해 8월(214원)에 비해 50% 뛰었다. 같은 기간 PE와 PP도 펠릿 1㎏ 기준 13.8%와 6.7% 올랐다.
석유화학업계는 앞다퉈 재생 플라스틱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재생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사업에 10조 투자하기로 했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도 친환경 소재사업에 2025년까지 5조원을 들인다. 이 회사는 오염된 페트병을 100% 재활용하는 해중합 기술을 확보했다.
플라스틱을 여러번 재활용해도 품질이 저하되지 않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폐플라스틱을 녹인 열분해유에서 분자구조를 변화시켜 나프타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렇게 생산된 플라스틱은 반복 재활용해도 강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롯데케미칼은 오래되거나 오염된 페트병을 수차례 재활용에도 품질 저하가 없는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량을 2030년까지 연간 34만?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울산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공장을 증설 중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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