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나우는 지난 2018년 8월 설립됐다. 반려견 신원인증 시장이 사실상 고사 위기였던 점이 창업 배경이었다. 임 대표는 “정부가 시작한 동물등록제가 약 7년 전에 시작했는데, 흔히 아는 마이크로칩을 강아지 피부에 삽입하는 방식”이라며 “비용이 5~8만원 선으로 부담되고, 가족 같은 반려견에게 물체를 삽입한다는 거부감이 있다 보니 30%도 등록시키지 못하며 정책이 실패했다”고 했다. “관련 시장을 노리던 정보기술(IT) 업체들도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며 기대감도 많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펫나우는 비문과 AI 모델을 결합시켜 반전을 꾀했다. 비문을 활용하는 아이디어 자체는 기존에도 있었다. 변화는 AI 기술이 만들었다. 임 대표는 “강아지는 털 길이에 따라 안면 윤곽선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사진을 찍을 때 사람처럼 가만히 있지를 않아 기존 제품들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펫나우의 AI 기술은 사진 촬영부터 인식까지 AI가 모든 것을 3초 안에 해결한다”고 했다. 펫나우 앱을 통해 강아지 안면 사진을 찍으면, AI가 비문의 위치를 찾아 초점을 좁히는 ‘오토 포커싱’ 기능이 작동된다. 순간적으로 여러 장 사진이 자동 촬영되면, AI가 직접 선명한 비문 사진을 골라내 서버 내부 신원 데이터와 대조까지 한다.
개발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AI를 개발할 비문 데이터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해답은 발품뿐이었다. 직원들과 카메라를 들고 5개월 동안 애완견 카페, 유기견 보호소 할 것 없이 전국을 누볐다. “일단 서울에 있는 대부분 애견카페는 전부 가본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소회다. 이렇게 확보한 2만여 장의 강아지 비문 데이터는 꼬박 2년에 걸쳐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쓰였다. 지난해 8월 탄생한 ‘비문 객체인식’ 프로토타입의 탄생 비화다. 관련 딥러닝 기술은 올해 3월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며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수혜도 입게 됐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에 약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름을 올렸다. 심층 고객 조사, 데이터 기반 마케팅, 재무 역량 컨설팅 등을 지원받으며 향후 사업모델도 선명히 했다. 임 대표의 노련한 경험 역시 방향 설정에 영향을 끼쳤다. 그는 KAIST과 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박사까지 공부한 연구자 출신이며, 2003년 반도체 설계회사 ‘칩스앤미디어’를 만들어 6년 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킨 기업가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지난달 애플 앱스토어에 공개된 ‘펫나우’ 앱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연내 출시하고, 플랫폼 내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했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도부터는 보험사와 본격적인 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펫보험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강아지들의 신원인증 체계가 구축돼있지 않아 보험금 지급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며 “주요 보험사들과 내년도 인증 절차 간소화로 보험비를 낮춘 새 펫보험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양이 비문과 관련한 사업 확장 계획도 있다. 임 대표는 “현재 전국 고양이 카페를 돌며 1만여 장의 고양이 비문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라며 “강아지 비문 사업이 구체화되는 대로 연이어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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