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하고자 만든 '임산부 배려석'이 또다시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니"라는 글과 함께 임산부 배려석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 카펫"이라고 적힌 임산부 배려석에 붙은 핑크색 스티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 OUT"이라고 쓰인 이 스티커에는 "임산부 있으면 비켜주면 될 거 아냐", "근데 나는 노인 장애인한테 양보하고 싶거든? 배려도 강요되어야 하나. 심지어 누구한테 배려해야 하는지까지 강요당해야 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이건 실질적으로 '여성전용석'을 만들어 성별 갈등 부채질하는 페미니즘 좌석임을 이제 모든 시민들이 알고 있다"는 주장이 쓰여있다.
해당 사진은 1만 8735회 리트윗 됐고 5031명이 이를 인용하는 글을 게재했다.
네티즌들은 "임산부석 보여드리고 양해를 구했더니 '양보가 의무는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날 인류애를 잃었다", "임산부석에 앉으려면 얼마나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반석은 비켜주는 게 의무가 아니겠지만 임산부석에선 의무", "여성전용석도 아니고 임산부를 위한 자리다. 단순히 앉을자리가 욕심나서 만들어둔 게 아니지 않나", "언제부터 임산부석이 페미석이 되어버린거지"라고 지적했다.
임산부 배려석은 2013년 임산부의 편의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 자리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역차별 아니냐", "남성들이 박탈감을 느낀다"는 의견과 함께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과거 서울지하철 1∼8호선 이용 시민 61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비임산부 응답자의 39%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자리에 앉은 이유에 대해 자리가 ‘비워져 있기 때문’(54.64%)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배려를 받지 못한 임산부들의 불편함은 민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건수는 2만 7589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약 80여 건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임산부석은 배려석으로 대하는 게 맞다"며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이 자리를 이용하는 게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비워두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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