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사회초년생 인턴기자, '여혐' 논란 휘말렸다고? [이슈+]

입력 2021-09-18 22:34   수정 2021-09-19 00:09


코미디쇼 'SNL 코리아'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주현영 인턴기자' 캐릭터가 여성혐오 논란 중심에 섰다.

지난 11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2회에서 신인 배우 주현영은 20대 사회초년생 인턴기자 캐릭터를 연기했다. 특히 주현영 인턴기자가 안영미의 지적에 "좋은 질문? 지적? 아무튼 감사합니다"라고 답한 대목을 두고 시청자들은 "현실 고증 제대로다", "연기 완벽하다" 등 극찬을 쏟아냈다.

주현영 인턴기자는 "젊은 패기로 신속·정확한 뉴스를 전달한다. 안녕하세요 인턴기자 주현영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운을 뗐다.

그러나 앵커 역할을 맡은 안영미가 취재력을 지적하자 울먹이기 시작하는 등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스튜디오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 같은 캐릭터 설정이 여성 직업인을 비하한 것이라는 논란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은 "공적 발화 기회가 적은 직업군을 가진 40·50대도 충분히 (주현영 인턴기자) 상황에서는 미숙할 수 있다. 능숙한 공적 발화 능력을 가르는 기준도 명확한 발음, 낮은 목소리 톤, 억제된 감정, 논리적 언변 등으로 주로 남성, 엘리트 계층에게 유리하게 개편돼 있는 것이기에 이에 부합하지 않는 이로 20대 여성을 설정한 것은 이미 이 기준의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숙함에 대한 희화화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아무리 기자라는 전문적 직업군을 가져도 20대 여성은 공적 발화 능력이 처참하기 짝이 없다는 상황을 설정했기 때문"이라며 "울면서 뛰쳐나가는 행동은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20대 청년 전반에 대한 희화화가 아닌 성별화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저러고 나오는 기자가 어딨느냐"며 "본인이 밤낮으로 조사하고 취재한 내용일 텐데 여성 직업인을 저런 식으로 비하하지 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이를 여성 비하라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다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일 필요가 굳이 있냐"고 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비하나 조롱 없이 개그가 될 수 있나", "진짜 저런 사람도 많다", "PPT 발표하던 내 생각이 나서 오히려 웃겼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바람직한 코미디는 '강자'의 잘못된 모습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이 돼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과거 여러 풍자와 해학을 보더라도 강자를 비판하고 약자에 힘이 돼주는 풍자가 전통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SNL코리아에서 문제가 된 것은 청년 사회초년생과 여성의 존재가 굉장히 무능력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메시지만 남겼다는 것"이라며 "현실에도 저런 사람이 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싱크로율을 높게 재현했다고만 해서 그게 질 좋은 코미디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청년 여성을 우스운 모습으로 나타냈다"며 "그 코미디로 인해 누군가는 웃었을 수도 있겠지만 20대 여성이나 사회초년생 당사자에게는 그냥 웃어넘길 수 없었을뿐더러 많은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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