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되면 한국 증시는…" 외국계 증권사 분석 화제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9-18 11:30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상당한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할 겁니다. 증시에 단기적으로 '스테로이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재명 지사를 '포퓰리스트'나 '한국의 버니 샌더스'로 평가했다. 이 지사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적잖은 비용를 치러야 하는 '부채의 화폐화'(public debt monetisation·중앙은행이 정부 부채를 떠안는 것)를 시도하면서 증시에 단기 부양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콩계 증권사 CLSA 폴 최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재명은 누구인가(Jae-myung who?)'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지난 7일 발표했다. 대선 주자들의 성향과 증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증권가 보고서가 드물었던 만큼 발간 직후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CLSA는 "이재명 지사는 보편적 기본소득과 복지지출 확대를 지지하는 만큼 포퓰리스트로 평가된다"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되집어 보면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부 역할 확대와 정부의 씀씀이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비롯한 공산국가에 대해서는 호의적 평가를 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승계할 것"이라고 봤다.

CLSA는 이어 "이재명 지사가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면,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그의 경제 정책은 '유동성 장세' 흐름을 연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CLSA는 이재명 지사의 정책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 지사가 부채의 화폐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부채의 화폐화는 정부가 재정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찍으면, 한은이 이 국채를 인수하며 정부 씀씀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요국은 이 같은 부채의 화폐화를 금기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가계소득을 불리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6일 페이스북에 “국가의 가계이전소득 지원으로 가계소득을 늘려 가계부채를 줄이고 재원은 금리 0%인 영구채(상환의무 사실상 없음)로 조달하자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적었다. 최 교수는 같은 달 5일 페이스북에 “연 54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전 국민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자”며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0% 금리로 30~50년 만기의 원화표시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한은이 인수하자”고 썼다.

CLSA는 2017년에도 ‘코스피 4000 향하는 길을 다지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인 2022년께 코스피지수가 400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주목을 받았다. 작년에는 '펀드매니저로 데뷔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뉴딜펀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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