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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업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 카바나(Carvana)가 ‘부적절한’ 내부자 거래 의혹에 휘말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바나 창업자의 부친인 어니 가르시아 2세가 최근 1년 동안 카바나 주식 36억달러(약 4조24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 기간 가르시아 2세만큼 대규모 주식 매각에 나선 인물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월마트 일가 외에는 없다”고 분석했다. WSJ는 또 “월마트, 페이스북, 아마존은 최근 6분기 동안 106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낸 반면 카바나는 같은 기간 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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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뉴욕증시에서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카바나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 대신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덕도 봤다. 자동차를 구매한 다음 ‘자판기’ 빌딩에 가 비대면으로 중고차를 인수하는 사업모델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은 카바나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칩 부족의 수혜기업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칩 부족으로 신차 제조 및 출고가 지연되면서 중고차 매매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에서 지난 16일 카바나는 342.24달러로 마감했다. 올 들어서만 주가 상승률이 43% 이상이다.
가르시아 2세는 그해 10월부터 카바나 주식 매각에 착수했다. 가르시아 2세는 첫번째 주식 매각에서만 3억8800만달러(약 457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가르시아 2세는 사전에 제출한 계획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는 하루에 3만주씩 카바나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범법 요소는 없어 보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0b5-1 규정을 따르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10b5-1은 기업 내부자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에 나서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사전에 제출한 계획대로 주식을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가르시아 2세는 지난해 11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사전 제출한 주식 매도 계획을 수정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일 4억7800만달러어치 카바나 주식을 매각했고 매일 5만주씩 팔았다. 당시 카바나 주가가 주당 250달러를 돌파한 시점이었다. 그는 지난 5월 또다시 주식 매도 계획을 고쳤다. 카바나 주가가 주당 300달러를 넘기자 가르시아 2세는 매일 6만주씩 주식을 내다팔았다. 테일러 교수는 “10b5-1에 따른 주식 매도 계획을 가르시아 2세처럼 자주 수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분석했다. 가르시아 2세가 내부자 정보를 활용해 주식 매각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가르시아 2세는 이후 중고차 매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고차를 매매하는 한편 고객들에게 구매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모델을 수립했다. 아들인 가르시아 3세는 온라인 중고차 판매를 담당하는 자회사를 세웠다. 카바나의 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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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가르시아 2세와 3세가 보유하고 있는 카바나 주식의 주당 의결권이 보통주의 10배기 때문에 회사 의결권의 85%를 점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르시아 2세가 카바나의 기업공개(IPO) 이후 2400만주 이상을 매각했음에도 회사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WSJ의 보도에 대해 카바나 측은 “회사 지배구조에는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상장 이후 주주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고 반박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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