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보유세가 늘어나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 세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것도 월세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이뤄진 임대차 계약 총 1만3185건(17일 집계 기준) 중 전세를 제외한 월세·반전세 등 계약은 총 5246건으로, 약 39.8%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비중이다.
반전세를 포함한 서울 월세 계약은 지난해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이 포함된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한 것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났다. 법 시행 전 1년 간은 월세 거래 비중이 전체 임대차 계약의 30%를 넘긴 적이 지난해 4월 단 한 번뿐이었지만, 법 시행 후 지난해 8월부터는 지난달까지는 월세 비중이 30%를 넘기지 않은 달이 한 번도 없다.
저금리와 세금 문제 등으로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안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어났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집주인이 기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려 세금을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간에 급등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임차인 스스로도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한 반전세를 찾기도 한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월세 오름세도 가팔라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은 0.23%로, 지난 5월(0.07%) 이후 3개월 연속 오름폭을 키우는 중이다.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 거래도 여럿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64㎡는 지난 7월 보증금 20억원에 월세 2700만원짜리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달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245㎡도 월세 1000만원(보증금 10억원) 계약이 나왔다. 한강변 고급 아파트 중 하나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는 현재 전용 129㎡의 경우 보증금 1000만~5억원에 월세 1000만원이 넘는 매물이 다수 나와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될수록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며 "추석 이후 연말 본격적인 이사철이 다가오면 고가 전월세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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