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합치고 상장 미루고…몸 낮추는 카카오

입력 2021-09-17 16:06   수정 2021-09-18 00:22

카카오가 그룹 정비에 착수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문어발 확장’ 논란을 빚은 계열사 수를 줄이기 위해 자회사 간 합병을 발표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을 공식 연기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음악 레이블 자회사인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와 크래커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한다고 17일 발표했다. 플레이엠과 크래커는 각사 이사회를 열고 “양사가 합병해 신설 통합 레이블로 출범한다”는 내용을 의결했다. 연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장현진 플레이엠 대표와 윤영로 크래커 대표가 신설 법인을 함께 이끈다. 카카오엔터는 “플레이엠과 크래커의 합병은 그동안 추진해온 멀티 레이블 체제 고도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이엠에는 에이핑크, 허각, 빅톤 등의 아티스트가, 크래커에는 더보이즈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K팝 아이돌 기획, 운영, 음반 제작 등을 총괄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플레이엠과 크래커는 작년 각각 161억2400만원, 106억4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선 이번 합병을 그간 제기된 비판을 의식한 카카오의 첫 번째 ‘몸집 줄이기’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 수는 지난 2월 105개, 5월 118개, 8월 128개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택시호출 플랫폼 카카오T 요금 인상과 헤어샵 예약, 생활용품 배달 중개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카카오는 결국 지난 14일 일부 사업 철수와 사회적 기업 전환, 3000억원 상생기금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카카오가 가장 먼저 손댄 건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이다. 엔터 분야는 배우 매니지먼트, 영화사, 음반 레이블 등 40개사가 있는 카카오의 주요 사업군이다. 그룹 전체에서 약 3분의 1 비중을 차지한다. 비슷비슷한 계열사가 다수 있는 게임, 모빌리티 분야도 주요 정리 대상으로 지목된다.

계열사 줄이기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법인을 따로 세워 각자 독립성을 유지하고 창의성을 높이는 카카오의 성장 방식에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며 “비판이 나온다고 숫자에만 집착해 마구잡이 합병을 할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16일 국내외 증권사에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 절차를 잠정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내년 증시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상장 준비 작업을 해왔다. 회사는 구체적인 상장 절차 재개 시점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상장 연기도 14일 발표한 상생안에 따른 결정으로 보고 있다. 10월 상장을 준비해온 카카오페이도 금융당국 압박이 가중되면서 상장 시점을 재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민기/김진성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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