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탄소 이끌 'H2 드림팀' 떴다

입력 2021-09-22 16:24   수정 2021-09-22 16:25


현대자동차 SK 롯데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GS 두산 효성 코오롱 등 국내 10대 그룹이 주축이 된 수소기업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국내 10대 그룹을 포함해 15개 회원사가 참여한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은 지난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수소기업협의체 창립총회를 열었다.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선 각 분야에서 최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의 ‘동맹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목표는 수소경제 활성화다.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기업이 의기투합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수소차 개발 주력
협의체 설립은 현대차와 SK, 포스코가 주도해 이뤄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6월 경기 화성에 있는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만나 협의체 설립에 뜻을 모았다. 이후 9월 출범을 목표로 각 그룹에 참여 의사를 타진했고, 15개 그룹 및 기업을 회원사로 확보했다.

협의체 산파 역할을 맡은 현대차는 지난 7일 발표한 ‘수소비전 2040’을 통해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수소에너지 대중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다. 앞으로 내연기관으로 구동하는 상용차 신모델을 출시하지 않는다. 내년 상반기엔 국내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양산한다.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할 예정이다. 세계 자동차업계 최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공급망 전반을 맡는다. 수소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수소연료전지스택은 전력 발전이 이뤄지는 핵심 부품이다. 지난달 20일엔 1조3216억원을 들여 인천과 울산에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짓겠다고 공시했다. 2023년 가동 예정인 이들 공장에서 수소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스택과 연료전지시스템을 제조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분제어장치는 수소연료전지의 전기가 잘 발생하도록 습도를 조절하는 배터리 핵심 부품이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양산 체제를 갖췄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의 1세대 수소전기차인 투싼부터 지금의 넥쏘까지 수분제어장치 공급을 이어왔다.
수소 밸류체인 구축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은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한화와 현대중공업, 롯데 등은 특정 분야가 아닌 전체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부생수소 생산뿐 아니라 기존 물류·유통 인프라를 앞세워 수소사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룹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소비처 △대량 공급망 △친환경 기술 등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수소 생산·활용 및 기술개발을 주도할 예정이다.

한화그룹도 그린수소 생산부터 저장, 유통, 발전 등 전 과정에 대한 사업 역량을 구축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한화가 주력하는 분야는 수소혼소 발전이다. 수소혼소 발전은 가스터빈에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같이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소 비중이 높을수록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수소혼소 발전 기술은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생산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등 조선·에너지 계열사가 맡는다.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계열사는 수소의 안정적인 운송을 위한 수소운반선 등을 개발한다. 선박 사후관리(AS)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기존 화석연료선박을 수소연료선박으로 대체하는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제철소도 탈탄소 기술 개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양대 제철소는 철광석을 석탄과 함께 태우는 용광로(고로)를 활용해 쇳물을 만든다. 고로 공법은 역사가 긴 기술로 생산성이 높다. 문제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지난 7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탈탄소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어 ‘꿈의 제철 공법’으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대제철은 수소환원제철 적용뿐 아니라 수소 생산능력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당진 제철소 내 코크스 제조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최대 3500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25년까지 수소 생산 능력을 4만t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S그룹은 GS칼텍스를 앞세워 수소 충전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5월 현대차와 함께 서울 강동구에 충전소를 세웠다. 정부의 수소 충전소 확충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현대차와는 제주도에 추가로 수소 충전소를 세우기로 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해외 자원 개발, 국내외 플랜트 건설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포괄적으로 수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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