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요 그룹에 속한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코로나19’가 좌우했다. 코로나19의 부정적 여파로 영업실적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코로나19 확산을 전후해 주력 사업이 포함된 산업 전망이 어떤지에 따라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오른 것이다.
한국신용평가가 현대중공업, GS, 두산, 롯데, 신세계, 현대자동차, 포스코, 효성, 한화, SK, 삼성, LG, CJ, LS 등 총 14개 그룹을 분석한 결과 12개 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대부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과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가 원인이었다. 특히 정유, 석유화학, 유통, 자동차·자동차부품, 호텔·면세 부문이 사업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큰 그룹의 실적 변동성이 컸다.
탄소중립은 이미 전 그룹의 공통 과제로 자리 잡았다. 단기적인 업황 전망과 무관하게 올해부터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본격적으로 발효된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이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향후 저탄소 경제로 전환을 위해 청정 에너지, 인프라 투자 등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2060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이를 위해 친환경 차량과 탄소배출권 거래제 확대 등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말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탄소중립 정책의 법적인 기반도 마련됐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탄소중립은 탄소경제에 익숙한 현 산업 구조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부담과 탄소배출권 구매, 탄소국경세 등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그룹이 탄소중립의 영향권에 있는데, 향후 친환경 공정과 제품에 대한 기술력 확보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하면 사업적 측면의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친환경 시장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면서 각 그룹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투자까지 감수하고 있다. 법적 규제 충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신용평가사는 탄소중립 경영 성과를 정량적으로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반영할 수 있도록 새로운 평가 방법으로까지 공표하고 있다.
이수민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의 탄소배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과 대응 능력을 분석해 신용등급 평가 요소로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한 국내외 탄소 배출 규제가 기업의 사업·재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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