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무상으로 준다는 점에서 상속과 증여는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증여는 생전에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고, 상속은 사망을 통해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계산 방법과 공제액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
증여세는 상속세와 달리 증여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가령 남편이 30억원을 배우자, 아들, 딸에게 각각 10억원씩 증여한다면 10억원에 증여재산공제를 차감하고 세율을 곱해 나온 금액을 배우자, 아들, 딸이 각자 납부한다. 증여세율은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는 50%의 누진세율 구조다. 반면 상속세는 상속 재산 30억원에 상속재산공제를 차감하고 상속세율을 곱해서 나온 상속세를 상속인들이 연대납세의무를 지고 납부한다. 증여세와 상속세는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이 동일하다.
증여재산공제는 배우자 6억원, 직계존비속 5000만원(수증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2000만원), 사위나 며느리 같은 기타 친족은 1000만원까지 공제된다. 증여재산공제는 해당 그룹별로 10년간 통산해서 공제한다. 따라서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증여받아 증여재산공제를 5000만원 받았다면, 10년 안에는 다른 직계존속인 조부모에게 증여받을 때는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없다. 반면 상속세 계산 구조는 증여세 계산 구조와 거의 같지만, 공제액이 더 크다. 상속재산공제에는 일괄공제, 배우자공제, 금융재산상속공제 등이 있다. 일괄공제는 상속재산에서 5억원을 공제한다. 만약 자녀가 없고 배우자만 있는 경우에는 일괄공제 대신 기본공제 2억원을 공제한다. 또 배우자가 있다면 최소 5억원부터 배우자의 상속재산금액에 따라 최대 30억원까지 배우자공제로 빼준다. 따라서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쳐 최소 10억원까지는 공제받을 수 있다. 상속재산 중에 예금, 적금, 금전신탁, 보험금, 주식, 출자금 같은 금융재산이 포함돼 있다면 2000만원 이하는 전액을, 2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는 2000만원을, 1억원을 초과하면 금융재산의 20%를 2억원 한도 내에서 금융재산상속공제로 차감해준다. 예를 들어 금융재산으로 10억원을 상속받는다면 20%를 공제한 8억원으로 상속세를 계산한다.
증여세 절세를 위해서는 합산규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증여세는 누진세율 구조이므로 합산하면 세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여세는 10년 이내 동일인에게 증여받은 재산은 합산해서 과세한다. 여기서 동일인이란 직계존속의 경우 배우자도 포함된다. 그러니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증여세 합산과세에서는 동일인이다. 즉 아버지에게 증여받고 어머니에게도 증여받으면 이 둘을 합산해서 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받았다면 합산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직계존속이지만 동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각각 1억원씩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직계존속이 아니므로 장인과 장모는 동일인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따로 계산한다.
상속세에도 역시 합산 규정이 있다. 사망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사전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과 합산해서 상속세를 계산한다. ‘상속인 외’인 손자녀는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만 합산한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자녀 대신 손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녀에게 증여했다가 10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하면 사전증여한 재산이 모두 합산돼 과세되지만, 손자녀에게 증여하면 5년만 지나도 합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승현 < 진진세무회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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