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국제사회로부터 정식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5일과 20일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 등으로부터 제76차 유엔 총회 참석을 요청하는 서한을 받았다.
무타키 장관은 서한을 통해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이 지난달 축출됐으며 굴람 이삭자이 유엔 대사가 더는 아프간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탈레반은 이삭자이 대신 수하일 샤힌 대변인을 대사로 임명하고, 오는 27일 고위급 회담 마지막 날에 연설을 하고 싶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유엔은 미·중·러 등 9개국이 참가하는 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음주 총회 전까지 위원회가 열릴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아프간 수도 카불에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과도정부 내각과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 3개국 특사 간 회담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7일 내각 명단을 발표한 뒤 이뤄진 첫 공식 회담이다. 탈레반은 이 회담에서 현재 상황과 미래, 국제 관계를 논의했다며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요구는 충족됐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다수는 탈레반이 정식 정부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탈레반이 전날 발표한 과도정부 추가 인사에 따르면 차관들도 모두 남성으로 채워지는 등 여성이 하나도 없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보건부 차관 중 한 명으로 소수민족 하자라족 출신이 임명됐고 여성은 나중에 추가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여성 인권을 무시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7일 탈레반에 포괄적 정부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아프간 신정부가 ‘완전하고 동등하며 의미 있는 여성 참여’를 보장하고, 인권을 옹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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