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투자한 토종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경연대회에서 미국 엔비디아를 꺾어 눈길을 끈다.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23일 "첫 번째 반도체 시제품 '워보이(Warboy)'가 AI 반도체 벤치마크(성능 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를 제치고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엠엘퍼프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스탠퍼드·하버드대 등 빅테크와 유명 대학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ML코먼스가 매년 여는 대회로, AI 반도체 성능 평가에서 최고 공신력을 가진 대회다. 사진·영상에서 특정 물체를 골라내는 능력, 음성 인식 능력, 텍스트 이해 능력, 상품 추천 능력 등 8개 분야에서 우위를 가린다.
올해 열린 엠엘퍼프에서 워보이는 '추론'에 해당하는 이미지 분류·물체 검출 등 두 분야에서 수년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온 엔비디아 제품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분야에서 퓨리오사AI는 자체 실리콘 칩으로 유일하게 결과 제출에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조 단위 규모를 투자하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경쟁력 있는 결과를 제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다. 실제로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전 세계 40여 기업 가운데 이번 경연에 제품을 내놓은 곳은 엔비디아·퀄컴·센투어·퓨리오사AI 네 곳뿐이다.
워보이는 고성능 컴퓨터비전을 목표로 한 실리콘 칩으로 대회 결과에서 엔비디아의 'T4'보다 이미지 분류(ResNet-50)와 객체 검출(SSD-Small) 처리 속도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기록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T4 대비 4배 이상 우수하고, 300여 개 AI모델을 지원하는 범용성도 확보했다. 폭발적으로 계산량이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나 고성능 엣지 영역에서 쓸 수 있는 솔루션으로 쓰일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창업한 회사로 지난 4년간 고성능 AI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개발해 왔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AMD, 구글, 아마존 출신 직원들로 구성됐으며 최근 네이버 D2SF, DSC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에서 업계 최대 규모인 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팀 규모나 역량을 넓혀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AI칩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이미 2023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칩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대회 모든 카테고리에서 최고 성능을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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